'제주 실습생 사건'후 정부 추진 중인 대책에 반대 의사
정의당 도당, 관리감독 강화·실습중지권 신설 등 요구

교육부가 '고교 현장실습 폐지' 방침을 제시했으나 특성화고 학생 75%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는 정부가 음료 제조공장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숨진 '제주 19살 실습생 사건'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고자 현장실습 폐지를 추진했으나 학생들은 반인권적 노동 현장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없이 조기 취업을 막겠다는 정부 대책에 반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19세 미만 청소년이 가입한 정의당 예비당원협의체 '허들'과 정의당 경남도당 청소년소위원회는 12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경남도당은 지난해 12월 1~28일 전국 특성화고 재학생·졸업생 442명을 대상으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기 취업 형태 현장실습 전면 폐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51.8%가 "매우 적절하지 않다", 23.1%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긍정적인 응답은 15.1%에 그쳤다. 그 이유에 대해 "취업을 빨리하기 위해 특성화고를 선택했는데, 다짜고짜 폐지를 한다는 것은 학생 입장을 생각하지 않았다"거나 "안전점검에 대한 기준을 다시 정하고, 위험천만한 기업체를 더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학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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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에서 문제점은 △안전불감증(19.5%) △전공에 맞지 않는 현장 배치(19.5%) △근로시간 초과(16.3%) △직원 폭행·폭언(14.7%) △서면 계약의무 위반(9.3%) △임금 미지급(7.2%) 등으로 조사됐다.

경남도당은 "현장실습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에게 기업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주고 정부의 실습 업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현장실습 실태조사단 구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현장실습 산업체 안전인증제'를 도입하고 현장실습 도중 학생이 스스로 그만둘 수 있는 '실습중지권' 신설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근로감독관을 전국에 확대 재편해 지방고용노동청 산하 근로권익센터에 전문가와 청소년 당사자가 참가한 '청소년 근로감독관제도' 신설도 요구했다.

노회찬 국회의원은 "정부 일각에서 문제를 인식한 것은 다행이지만, 대안으로 현장실습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 목욕물이 더러우면 물을 버려야지, 목욕하는 아이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준혁 청소년소위원장은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현장 실습장에서 안전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거나,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기업체에서 가장 힘들거나 직원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학생들에게 시키는 경우도 있다"면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현장 실습생이 청년 비정규직으로 이어지는 현장 잔혹사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지역 특성화고 3학년 학생(5243명) 중 33%(1713명·2017년 11월 1일 기준)가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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