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영리목적 정황 포착, 실세 '행정이사'존재도 확인
허위공문서 작성 공무원 입건…"공직 사회 경종 의미"

경남지방경찰청 수사본부가 12일 발표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건 중간 수사 결과의 핵심 포인트는 '사무장 병원' 의혹과 '공무원 형사 입건' 두 가지다. 이날 세종병원 손경철(55) 이사장 밑에 병원 운영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온 '행정이사'란 직책이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전·현직 밀양시보건소 공무원 2명을 의료법 위반시설 조사결과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입건했다.

◇사무장 병원 의혹…병원 수익금 개인 귀속 여부 수사 =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세종병원 관계자들이 의료법인을 부당하게 영리 목적으로 이용한 정황, 속칭 '사무장 병원' 의혹이 일부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 혐의점과 함께 모든 불법행위까지 확대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사무장 병원 여부를 가리는 확실한 기준은 병원 수익금이 개인에게 귀속됐는지다. 김한수 수사본부 부본부장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시설을 주도적으로 장악할 때 투자 금액이 어디로 갔는지, 인사권 주체는 누군지 등을 따져 사무장 병원인지 파악한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인력을 지원받아 압수수색 자료를 분석 중"이라고 했다.

12일 오전 11시 밀양경찰서에서 경남경찰청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 김한수(경남경찰청 형사과장) 부본부장이 지난달 26일 발생한 세종병원 화재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경찰이 현재까지 알아낸 의혹은 세종병원이 지난 2008년 처음 이사진을 구성할 때 이사회 자체가 형식적으로 운영됐다는 점이다. 김 부본부장은 "병원을 옮기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안 맞는 인적 구성이 있어 체크 중이며, 사무장 병원일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세종병원 행정이사 우모(여·59) 씨에게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우 씨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효성의료재단에서 월급을 받아온 우 씨는 등기부상 이사가 아니며, 병원 관계자들이 내부에서 편의로 부르는 호칭이다. 김 부본부장은 "행정이사는 병원서 이사장 바로 밑 직책이며 인력 충원, 비용 등 모든 병원 업무가 행정이사 결재를 거쳐서 이사장에게 간다. 병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앞으로 우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공무원 2명 입건…행정·기관 유착 관행에 경종 = 전·현직 보건소 공무원 2명이 허위공문서 작성과 행사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됐다. 1명은 현재 보건소 계장이며, 2012년 계장이던 다른 1명은 퇴직했다. 이들은 세종병원 전기 점검 때 현장에 가서 총무과장(38) 말만 듣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세종병원은 2012년 자가발전시설이 없어서 10㎾ 220V 중고발전기를 사왔는데 병원서 쓸 수 없는 용량이었다. 세종병원은 명판을 위조해 20㎾ 380V로 바꿔서 비상발전기를 설치했다고 밀양시보건소에 통보했다. 보건소 공무원은 현장 점검 때 경남도에서 시달된 점검 체크 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총무과장이 '이 발전기 하나로 용량이 크니 두 병원 다 커버할 수 있다'고 한 말만 듣고 양쪽(세종병원·요양병원) 모두 '적합' 평가를 했다.

김 부본부장은 "공무원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현장 확인을 소홀히 한 공무원을 입건했다"면서 "전기 점검 당시 중환자실과 엘리베이터에 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았던 걸 확인했다. 공무원이 세밀하게 점검했다면 이번 화재 때 엘리베이터 속 사망자는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병원 불법 증축을 제대로 제재하지 않은 밀양시청 공무원에 대한 문제도 나왔다. 김 부본부장은 "소방법 위반은 없다. 건축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것 총 4건이 있다. 밀양시청 공무원은 이행강제금을 두 해 부과하지 않았는데 문제가 있다. 한 해 이행강제금은 다음해에 부과됐지만, 한 해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아 공무원 업무상 혜택으로 보고 있다. 시에 통보해서 자체 징계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병원 인력 운용 문제점도 확인됐다. 대진의사 3명이 환자를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교부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요양병원 의사와 간호사는 무자격으로 의약품을 조제해 약사법을 위반했다. 인구가 적은 병원에서는 일반화된 관행이지만 이번 화재를 계기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부본부장은 "세종병원은 대진의사를 4명 쓰고 있었다. 1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3명은 입건했다. 3명 모두 다른 병원에 소속돼 있고, 세종병원에서 일주일 중 하루씩 돌아가면서 야간 당직만 했다. 가장 최근엔 지난해 12월부터 총 8회 야간당직을 섰고, 기간이 긴 사람은 1년 이상 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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