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이 시가 되는 사람, 박성진 <숨>(펄북스, 2018년 2월)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과 사를/저울질하는 데만 몰두하는 외할머니/이불이 천근인 듯 종일 모로 누워 계신다' - '모녀' 중에서

아마도 슬픔이 박성진 시인의 힘인가 보다. 참 마음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구나 싶다. 예민한 성격일 것이다. 순간적으로 지나는 일상 장면 속에서 그가 담아낸 슬픔이 이를 증명한다. 아프면 비명을 지르고, 슬프면 우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시인은 생의 물결마다 덮쳐온 아픔과 슬픔을 묵묵히 안고 걸어온 듯하다. 그러고는 울컥하고 비어져나오는 것들을 시로 적었다. 그는 시를 통해 숨을 쉰다.

<숨>, 박성진 지음.

◇무덤덤한 시선으로 적은 시, 김연동 <낙관>(시인동네, 2018년 1월)

'쓰면 불편하고 벗으면 침침하다/살아온 길보다도 굴곡진 남은 길에/두려움 씻어내듯이/안경알을 닦고 있다' - '원시(遠視)' 전문

시집에 자주 나오는 조국, 이념, 분단 같은 단어들이 그가 살아온 삶의 굴곡을 드러낸다. 요동치는 현대사를 관통해 온 시인은 이제 뒤를 돌아보는 나이가 됐다. 외로움이나 슬픔 같은 감정도 묵묵한 시선으로 다스릴 줄 안다. 지난 세월이 삶에 대한 날카로운 낙관(落款)이었다면 이제는 주변과 더불어 잔잔한 낙관(樂觀)으로 살아가는 듯하다.

<낙관>, 김연동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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