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이 지난해 11월 도입한 중고교 8시 30분 이후 등교 방침이 크게 성공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등교 시간을 더 늦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직후 중고교 등교 시간을 종전 8시에서 30분 이상 늦추는 것을 추진했고, 도입 여부는 학교의 자율에 맡겼다. 교육 운동단체인 경남교육연대가 최근 진행한 등교 시간 조정 만족도를 묻는 조사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들에게서 찬성이 절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애초에 찬반 여론이 비등했던 데 견주면 뜻밖의 결과이다. 특히 교사들의 의견 변화가 크게 나타났다. 등교시간 조정이 실행되기 전에 한 조사에서는 교사들의 찬반이 팽팽하게 나타났으나, 이번에는 97%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등교시간 조정으로 수면 시간, 수업 집중력,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증가했으며 지각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못 먹던 아침밥도 먹게 되었고, 학교생활이 여유로워졌다는 답변도 다수 나왔다.

이는 등교시간이 늦춰지면 학업 능력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한 반대 의견을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이다. 내친김에 경남교육연대는 8시 30분 등교는 시작에 불과하며 박종훈 교육감의 공약대로 9시 등교가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에서 등교 시간을 조정한 대부분 학교가 8시 30분 이후라는 도교육청의 권유와 달리 8시 30분으로 조정한 것이 드러났다. 0교시 수업은 불가능하더라도 아침 보충학습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려는 심산일 것이다.

불과 30분만 등교 시간을 늦추어도 학교생활에 지대한 변화가 일어난다면 30분 더 늦출 때 더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9시 등교를 가장 먼저 추진한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2015년 조사에서 학생들의 수면시간과 아침식사 횟수가 증가하고 정신건강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는 등 이번 조사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밤늦게까지 공부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는 9시 등교도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학습 시간을 억지로 더 확보한다고 해서 성적이 올라갈 것이라는 어른들의 낡은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청소년들이 수면 시간과 아침밥 먹을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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