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됐던 일이기는 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특사 자격인 동생 김여정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초청하는 친서를 전달함으로써 평창올림픽을 매개체로 한 남북대화에 새로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제재압박 와중에서 운전자론을 내세워 어떻게 하면 대화의 물꼬를 터서 핵을 포기케 하고 그로써 국제평화에 기여하고 위기의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으로선 일단 중대한 전기를 맞은 셈이다. 아직 친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김정은의 속셈이 무엇인지 측량할 길은 없다. 그러나 전보다 크게 강화된 국제 압력 아래서 초청카드로 난처해진 국면을 완화해보겠다는 의도가 깔렸음은 거의 확실하다. 북한으로서는 출구라도 만들어보겠다는 저의가 있을법하고 반면 남한 입장에선 또 다른 시련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왜 시련이라고 말하는가. 그건 핵과 탄도 미사일 때문이다. 핵이 전제되지 않는 남북 정상회담이나 미국이 배제된 남북대화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전문가가 아니라도 다 안다. 오로지 선택은 북한에 달렸다. 원래 소통은 횟수가 거듭할수록 이해 폭이 넓어져 합의가 수월해진다고는 하지만 지금 남과 북은 핵을 숨긴 채 하는 어떤 논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게 바로 최고의 난제다. 별 가망은 없지만 만일 북한이 핵과 관련하여 일보 후퇴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해빙무드는 빠르게 찾아들 것이다. 북미회담 역시 순조롭게 성사돼 취해진 제재는 쉽게 풀릴 뿐만 아니라 경제자립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대화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일은 없다. 따라서 대화 자체를 평가절하하거나 반대할 명분은 있을 수 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듯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유익하다면 새로운 시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국면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과 전략이다. 문재인 정부는 충분한 여유시간을 두고 여러 가지 경우에 대비한 다각적인 대응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과의 상호협력관계 또한 한층 수위를 높여 상대적 허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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