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 박사(이화여대 사회학 강사)의 '노동계급 가구와 지역노동시장'이라는 발표를 들었다. 허 박사는 지난 5일 창원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여성 생산직 노동자가 어떻게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졌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1987년 이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기혼 여성이 노동 시장에 나타났고, 비정규직 등 열악한 처우의 노동 유연화를 감내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 두 가지. 첫째는 노사 관계가 남성 노동자 중심으로 재조직되면서 여성을 배제했다는 것. 1990년대를 거치면서 대립적 노사관계가 협력적 노사관계로 빠른 전환이 이뤄졌는데, 여기서 여성 노동자가 구조조정을 불가피한 것으로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기혼여성이 좋지 않은 조건임에도 이를 받아들이고 일을 이어가는 이유가 모성 중심으로 노동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혼여성이 질 낮은 일자리더라도 자녀 양육, 교육 등을 위해 돈을 벌고자 노동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는 것. 아이를 낳고 키우려고 일을 그만뒀는데, 결국 아이를 기르고자 다시 취업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우귀화.jpg

허 박사가 지적한 여성 노동자의 현실은 현재 진행형이다. 여성 노동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등 고용 불안에 처한 노동자 현실도 마찬가지다. "타협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결국 폐업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측의 감원요구에 '일부 일자리라도 지키자'는 입장과 '연대를 굳건히 하자'는 입장으로 분열됐다."

허 박사는 1990년대 이후 초국적 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해고 문제에도 꼭 들어맞는다.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입장이 다른 이유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