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소년행동 세번째 토요집회
학교 통제 속 '거수기 전락'비판
독립적 회의·예산편성권 등 요구

"우리들은 파마를 허용해주는 관용을 원하지 않습니다. 교육의 주체, 삶의 주체가 되길 바랍니다."

초·중·고교는 1년에 한 번 학생회 회장단을 뽑는 선거를 한다. 하나의 스펙이 돼버린 학생회 활동 이력 때문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지만 선거 이후 학생회 역할과 학생자치권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교사가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회의와 제한적인 학생회 활동에 기대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경남청소년행동준비위원회(이하 청소년준비위)는 지난 10일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세 번째 토요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빼앗긴 학교에 봄은 오는가'라는 주제로 학생회 결정권과 예산편성권 등 실질적인 학생회 자치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청소년행동준비위원회가 10일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토요집회를 열고 학생회 자치권 보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청소년준비위는 "학교에는 투표로 선출된 학생회가 있다.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갖춰졌지만 내용은 독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학생회 소집 자체도 인성부 교사가 참석할 때만 가능하고, 학교·교사 측과 다른 의견을 개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올해 고3이 되는 한 학생은 자유 발언에서 "지난해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려고 했지만 레드포인트와 품행이 별로라는 이유로 나가지 못했다"며 "이후 학교규칙제개정위원회 구성에 학생회 2명, 일반 학생 2명이 참여했지만 1차 회의에서 교사로부터 '너희(학생)는 회의에 필요 없지만 끼워준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생활에서 억압 요소를 제거하고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은 학생이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청소년행동위는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학생회가 학생 조합과 정부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학교의 통제·제한 속에서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19살이 20살이 된다고 갑자기 완벽한 사람이 되질 않는다. 결정권을 가지고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고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을 통해 책임감이 증대될 수 있다. 학생회 자치권은 학교 내 민주주의 도달을 보여주는 지표다. 학교 민주주의가 없다면 어떤 화려한 말로 포장된 교육도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석한 청소년 20여 명은 학생회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회의, 사업 추진 시 예산 지원 등을 보장하고 학생 전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보장해달라며 거리 행진을 했다. 공장에 다니고 있다는 22살 한 청년도 자유발언을 통해 "사회에서 노동자는 생산량을 채우기 위한 부속품에 불과하다. 부당함을 참지 않고 거부하는 법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 미래 동료가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교육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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