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 지음
웹툰, 누가 어떤 생각으로 만들까
난다·이종범·한지원 등
유명 젊은 작가 인터뷰
작품 세계·직업관 공유

웹툰작가 기안84가 TV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다. 그는 최근 방송분에서 자신이 포털사이트에 연재하는 웹툰 순위가 떨어지자 자책하며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였다.

웹툰(인터넷을 뜻하는 'web'과 만화를 의미하는 'cartoon'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은 2003년 포털사이트 다음(Daum)이 '만화 속 세상'이라는 코너를 개설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터넷에서 아주 손쉽게 볼 수 있는 대중문화가 됐다. 더불어 국외시장 진출, 미디어믹스 작업 등으로 선례가 없는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위근우 칼럼니스트가 쓴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는 독자가 좋아하는 만화 작가를 만나는 대리만족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젊은 만화가에세 묻다> 책표지.

'작가의 이야기는 어떻게 독자를 사로잡는가'라는 부제를 단 책은 난다, 이종범, 한지원, 김정연, 이동건 등 최전선의 작가를 만나며 작품 이야기를 하고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을 묻는다.

<어쿠스틱 라이프>를 그리는 난다 작가로 '일상툰'을 알 수 있다. 이 만화는 자신과 남편의 코믹한 일상을 담는다. 작가가 아이를 낳은 이후에는 딸도 등장한다.

저자는 "기존 출판 만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다분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사건들과 정서를 소재 삼는 일상툰은 웹툰을 기존 만화와 구분하는 중요한 단층이다"라고 말한다.

난다 작가는 '나'에 집중한 이야기를 그린다. 주요 에피소드 대부분이 결혼 생활, 아이를 낳고 난 뒤엔 육아이야기도 늘었지만 결국 일상의 소소한 풍경과 그 풍경을 보고 느끼는 자신의 내면 풍경을 말한다. '저 사람의 인생은 재밌구나'와 '저 사람의 삶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네'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그녀는 "스스로 '난 행복해'라고 말하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내가 너보다 행복해'라고 말하는 건 잘못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웹툰은 작가의 기호대로 스토리와 작화를 완성한다. 그 결과물에는 기호를 넘어선 구조가 담겨 있다.

김정연 작가의 <혼자를 기르는 법>은 독립한 20대 여성의 상황을 감성적이면서 통찰력 있는 해설로 풀어낸다.

난다 작가가 그린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 일부를 책에서 발췌했다. /이미지 기자

저자는 "청춘이라는 개념, 청춘을 다루는 텍스트는 지금 이곳의 현재 상태가 아닌 그 시기를 지나간 이들의 회고적인 해석 안에서 존재하기 일쑤"라고 지적하며 김 작가의 작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동시대 안에서 자기 세대 여성이 겪을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읽어낸다고 설명했다.

저녁이 없는 삶, 싸구려 장식품에 집착하는 일상, 언제나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서울 밤은 만화 속 주인공만 겪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다.

불필요함 없이 깔끔하고 간결한 힘을 믿는 작가는 약자를 희화화하지 않는다. 안 할 이유가 아닌 할 이유를 찾는다는 그녀의 삶의 방식이 자신이 생활 안에서 겪는 불만족과 부조리에서 작품의 주제 의식을 더 높인다.

저자는 만화키드에서 만화가로 성장한 <닥터 프로스트>를 그린 이종범 작가를 만나 작가의 취재 영역과 스케치업, 스토리구성법을 들려준다.

또 <유미의 세포들>을 연재하는 이동건 작가에게 특유의 팬시한 분위기와 별도로 인간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과 개선에 대한 전망, 페미니즘 관점까지 포함한 작품이 된 배경을 묻는다.

<생각보다 맑은> 등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활약하는 한지원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서는 일본과 비교되는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인터뷰 끝마다 첨부된 작가만의 휴재 기간 문답은 공적인 질의응답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들의 사적인 영역을 보여준다. 웹툰 애독자라면 더 재미있을 수 있겠다.

웹툰 작가를 꿈꾸는 당신이라면 더없이 추천한다. 만화가가 되는 길을 자세히 안내할 뿐만 아니라 5명의 젊은 작가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세계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책 끝 에필로그로 다룬 <이끼>, <미생>의 윤태호 작가 인터뷰는 젊은 만화가들의 현재적 의미와 가치를 빛나게 한다.

219쪽, 남해의봄날 펴냄,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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