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까지 열리는 국립김해박물관 특별전 '밀양'
구석기부터 근현대까지 역사·문화 유산 '한눈에'

2만 7000여 년 전 사람이 살았던 곳, 삼국시대 때 철을 뽑아내던 중심지, 불심이 깊었던 사람들. 바로 밀양이다.

국립김해박물관이 특별전 '밀양'을 내보이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밀양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기획전시실 입구 표충비 탁본이 관람객을 맞는다. 지난달 17일 땀을 흘렸다(한출)고 알려진 표충비다.

'밀양은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풍부하며 기온이 온화하다. 사람들은 농사에 힘쓰고 학문을 좋아하며 투쟁을 좋아한다'고 적은 <경상도지리지>, '대구 동남쪽에서 동래 사이에 여덟 고을이 있는데, 땅은 비록 기름지나 왜국과 가까워 살 만한 곳이 못 된다'고 말한 <택리지>를 실제로 읽으며 그 시절을 그려본다.

철기 제작 도구들 /국립김해박물관

밀양은 경남지역에서 처음으로 구석기 유적이 발굴된 곳이다. 고례리유적은 2만 7000년 전부터 밀양에 사람이 거주했음을 알려준다. 큰 강이 흐르면서 햇볕이 풍부해 물고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으리라.

변한·진한의 24국 가운데 하나인 미리미동국이 밀양에 있었다. 밀성고등학교 운동장 부지에서 발견된 '쇠뿔모양손잡이토기'와 '주머니항아리' 등은 생소한 것이었다. 이 토기는 삼한(마한·진한·변한)을 대표하는 와질토기로 밝혀졌고 교동과 전사포리 등에서 삼한 유적이 발견되면서 미리미동국의 연구가 활발해졌다.

밀양은 삼국시대가 되면 철광석을 제련해 철기를 제작하는 중심지가 된다. 이들은 금관이 아니라 쇠로 만든 관을 쓰기도 했다. 지배자들은 이 땅에서 가장 풍부하고 가장 귀중한 쇠를 이용해 자신을 장식하고 무덤에 부장했다. 녹이 슬었지만 형태를 온전히 보존한 쇠관모와 철기 제작 도구 등을 전시실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오래된 유물을 훑다 보면 복숭아 씨앗을 만난다. 통일신라시대 석조우물에서 발견된 것이다. 중국 <농정전서>에 따르면 신라에서 복숭아를 즐겨 먹는다는 내용이 있다. 밀양에서 통일신라시대와 관련된 유적은 매우 적은 편이다.

밀양에서 출토된 토기와 철기류 /국립김해박물관

기획전시실을 나와 열린전시실로 이동하면 밀양 사람들을 만난다. 임진왜란 때 승병장으로 크게 활약한 사명대사의 유품이 있고 불심 가득한 땅이었음을 알리는 여러 그림과 조각상이 놓여 있다. 고려 박익, 조선 김종직 등 당대를 대표하는 유학자의 저서 등을 통해 공자와 맹자의 고향을 뜻하는 추로지향으로 불리기도 한 밀양을 가늠해본다.

또 1910년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밀양인들의 노력과 희생은 전시실에서 빛이 난다.

전시는 밀양에서 나고 자란 신영복(1941~2016) 선생의 글 '더불어 숲'으로 끝이 난다. 여러 도전이 모여 밀양의 새로운 역사가 탄생했듯 더불어 숲을 향해 가자고 말한다.

밀양에서 발굴된 소형 불상들 /국립김해박물관

고례리유적(구석기시대)에서 시작해 미리미동국(삼한), 밀성군(신라시대), 밀주군(고려시대), 대구부 밀양군(조선시대) 등으로 변천한 밀양. 나라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떨쳐 일어났다는 밀양 사람들.

7일 현재까지 4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종병원 화재의 슬픔을 이겨내는데 밀양의 역사와 문화가 조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

전시는 18일까지. 문의 055-320-6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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