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 바그다드 항아리 전지가 최초
수소연료 주목·성장 빨라 시장선도 기대

1800년 구리와 아연을 이용해 세계 최초의 전기 저장 장치인 볼타전지를 만든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볼타가 배터리의 아버지라 불리고 있다. 이 공로로 전기의 단위도 그의 이름과 같이 볼트(V)로 정했다. 그렇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지는 항아리 전지라고도 알려진 약 2000년 전에 만들어진 바그다드 전지이다. 항아리 전지는 높이 14㎝ 직경 약 8㎝로 항아리 안에 원통형 구리판을 넣고 그 중심에 철 막대를 꽂아 전체를 아스팔트로 고정 밀봉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1932년 독일의 케네디가 이라크 바그다드 근교 하얏트 루프 유적에서 발견하였다. 이 항아리 전지는 금이나 은을 도금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볼타는 소금물에 적신 종이를 구리와 아연 사이사이에 끼우고 이것을 여러 층을 쌓아서 전선을 연결하여 전류를 얻었고, 이 원리를 이용해 묽은 황산에 구리와 아연을 담가 만든 볼타전지를 만들었다. 이후 여러 실험실에서 볼타 전지의 전극을 직렬로 연결하여 높은 전압을 만들어 사용하였고, 실험실에서는 이 전지가 보물처럼 여겨졌었다. 그러나 볼타전지는 액체 용액에 구리와 아연판을 넣어 사용하였기에 움직일 수도 없었고 조금만 사용하면 양극에서 발생한 수소 기체가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여 기전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분극현상이 발생하였다. 이후 볼타전지의 불편을 없애기 위하여 이산화망간과 모래 톱밥을 채운 항아리에 탄소막대를 넣고 나서 염화암모늄 용액에 아연판을 넣어 만든 건전지 원형인 르클랑셰 전지가 프랑스에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전해질을 용액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습전지(wet cell)라고 했으나 나중에 전해질을 굳혀서 만든 전지라 하여 건전지(dry cell)라고 불렀다.

인류의 생활에 전자기기의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배터리는 전기를 활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가 되었다. 배터리는 에너지 신산업 주도권의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이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작고 얇아진 요인은 니켈카드뮴 전지에서 작고 가벼운 리튬이온 전지로 바뀐 데에 있다. 현재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리튬이온 전지는 지난 200여 년간 나온 배터리 중 가장 효율적인 모형으로 꼽힌다. 그러나 리튬이온 전지는 사용한 지 1년이 넘으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온도 변화가 심하면 쉽게 방전되고 충격에 약하며, 갑작스런 압력으로 전지가 변형되면 폭발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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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전지 강국이었던 캐나다의 Moli Energy가 만든 리튬 2차 전지를 장착한 휴대전화가 불이 나는 사건 이후 세계 전지 시장은 일본의 전자회사들이 주도하게 되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리튬을 대체할 차세대 전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차세대 전지 개발의 핵심은 저장 용량의 증대, 충전 수명 연장, 소형화, 그리고 안전이다. 주요 전지 제작 기업들은 기술 개발을 위한 글로벌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있으며, 자동차 업계는 수소연료 전지에 주목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 평균 성장 속도가 엄청나다. 태양에너지 실용화를 위해서도 전지는 매우 중요하다. 플렉서블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에도 속도가 붙었고, 이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다. 우리 학계에서도 차세대 전지에 대한 연구 성과가 매우 좋다. 우리 정부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지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신산업과 친환경에너지 개발·사용의 핵심 요소인 차세대 전지 시장을 우리나라가 선도하는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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