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연 시즌제' 도입
새소년·3호선 버터플라이
실력파 뮤지션 무대 예정
"시장 활성화는 공공 역할"

최근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으로 82쪽짜리 얇은 책 한 권이 배달됐다. 보낸 곳은 '김해문화의전당'. 책 제목은 '2018 김해문화의전당 상반기 기획공연 시즌 북' 되겠다.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전당은 올해 처음 '공연 시즌제'를 도입했다. 일정 기간 여러 공연을 한번에 미리 편성한다. 관객 작품 선호도를 높이고, 공연 선택 폭을 넓혀 신규 관객을 개발하는 제도다.

이미 유럽과 수도권 일부 공연장에서 시도하는 방식이지만, 경남에서는 낯설다.

시즌 북에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43건, 83회 공연 일정이 담겨 있다.

△클래식·오페라 △연극·뮤지컬 △어린이 공연 △국악 △대중음악 등 여러 분야가 골고루 포진했다.

시선이 멈춘 곳은 시즌 북 63쪽. 장르별, 취향별 공연 프로그램인 'GASC 시리즈' 하나인 '콘서트 누리-인디 누리' 출연진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오는 3월 20일 오후 7시 30분 전당 누리홀에서 인디 밴드 '데드버튼즈'와 함께 공연을 치르는 밴드 '새소년' 때문이다.

새소년은 현재 한국 인디신에서 존재감이 가장 큰 밴드 중 하나다. 지난해 각종 언론사, 잡지에서 앞다퉈 주목할 신인으로 꼽은 이들이다. 지난해 11월 19일 치른 단독 콘서트는 예매 1분 만에 표가 동났을 정도.

6월 19일 오후 7시 30분 누리홀 공연 출연진도 쟁쟁하다. 한국 인디 1세대 '3호선 버터플라이'와 '끝없는 잔향 속에서 우리는(이하 끝없는)'이다. 지난해 '끝없는'이 발매한 앨범은 여러 음악 평론가에게 호평을 받았다. 장르 이해도와 사운드 완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섭외했을까. 궁금증이 일어 곧바로 전당을 찾았다.

다음은 맹수호 공연기획팀 팀장과의 일문일답.

- 공연진을 보고 꽤 놀랐다. 지역에서 이들 공연을 이렇게 빨리 만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주로 공공 문화시설의 색깔은 소공연장 중심 프로그램에서 나온다. 지난해 8월 전당에 들어왔는데, 대극장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점에 놀랐다. 어린이 공연 상설화와 더불어 시즌제 방식 전환을 제안했다. 시즌제는 앞서 일한 다른 공공 문화시설에서 일하면서 시작했다. 분야별 안배를 고민했고 홍대 인디신을 공연장으로 끌어왔다. 김해의 시즌제는 클래식·재즈·국악 분야에선 문제가 없는데 인디 공연은 캐스팅이 걸림돌이었다. 내가 그동안 쌓은 인디신 인맥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평균은 할 수 있어도 그 이상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리와 인디신을 연결할 중간다리 역할이 필요했다. 수소문 끝에 '잔다리 페스타' 측과 이어졌다. 국내 인디신뿐만 아니라 외국 아티스트까지 두루 소개하고, 상업성을 지향하지 않는 점이 우리와 맞다고 봤다. 단순히 밴드를 소개해달라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는 장기적인 방향성이 있다고 설명했고, 실력은 있지만 아직 덜 알려진 밴드를 부탁했다. 공윤영 잔다리 페스타 대표가 8개월가량의 일정을 짰다. 내가 직접 새소년 등과 연락했다면 기획이 어려웠을 것이다. 잔다리의 조직력이 풀어낸 것이다."

- 지역에 인디신 수요가 적다면 장기적인 프로젝트는 어렵지 않겠나.

"서울도 홍대 등을 중심으로 한 인디 문화가 분화했다. 공공의 역할이 있다. 공연시장을 활성화하고, 비활성화한 부분을 자극하는 역할이다. 최소 30~40% 객석 점유율을 기록한다면, 공연의 질만 자신한다면 수요는 늘면 늘었지 줄지 않으리라 판단한다."

- 가능성도 있다. 김해는 부산·창원 등 대도시와 맞닿아 있다는 지리적 강점이 있고, 요즘은 온라인 덕분에 인디신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니 말이다.

"그런 부분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김해 인구만 놓고 보면 사실 쉽게 할 수 없는 실험적 프로그램이다. 예전에 다른 공공 문화시설에서 공연을 추진했던 밴드들은 다 대중적으로 떴다. 김해에서 공연을 치를 밴드들도 곧 뜰 거란 생각이 든다. 장기 프로그램화하면 5주년 기념 공연 같은 파생적 프로그램도 가능하지 않을까. 전당 전체를 무대로 쓰는 페스티벌도 가능하겠고."

- 후반기 프로그램은 어떤가? 살짝 알려달라.

"기대해도 좋다(웃음)."

공연기획팀은 전당에서 이뤄지는 공연의 전반적인 프로그래밍부터 마케팅까지 담당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짧게 이들의 회의를 엿봤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공공의 역할을 고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창조적인 작업은 살짝 비트는 데서 시작한다"는 맹 팀장 말처럼, 살짝 비트는 파격을 선보일 전당의 후반기 프로그램이 더욱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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