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창원시에서 또다시 송수관이 터져 수돗물이 도로에 솟구쳐 넘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창원시민들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송수관 파열 때문에 극심한 교통체증이나 단수 피해를 겪을 뿐만 아니라 2차 사고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잇따른 사고원인이 공사나 강추위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송수관이 낡은 데 기인한다. 특히 강추위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매설한 지 오래된 강철관이 신축 현상을 반복하느라 약해진 탓이 크다고 한다. 보통 20년 정도 지나면 노후화되었다고 하는데 창원시의 송수관의 절반 이상이 70년대 말에 묻은 것이라니 언제 어디에서 불시에 사고가 터질지 모를 일이다.

더 근원적인 문제도 있다. 창원시로 통합하면서 칠서정수장에서 마산과 창원권역의 거의 모든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느라 송수관에 압력을 두 배 넘게 가하는 탓에 노후관으로는 버티기 어려워졌다. 노후관을 교체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압장과 배수장까지 전체적으로 손을 봐야 송수관 파열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인데 엄청난 예산이 드는 일이라 엄두를 못내는 형편이다. 창원시가 2024년까지 1000억 원가량 투입하여 노후 상수관을 전면 교체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구상단계에 불과하고 실효성은 또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도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사업비를 들여가며 노후 상수관을 부분 정비하고는 있지만 전체 규모에 비해서는 어림없는 실정이라 전면적인 중장기 계획수립이 필요하다.

물 부족 국가에서 노후관 때문에 생기는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매년 누수되는 수돗물은 급수기관에서 생산하는 양의 10분의 1에 이른다고 한다. 노후관을 방치하다 누수가 증가하면서 막대한 손해를 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땅속에 묻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낡은 아파트가 위험하고 도시의 외관을 해친다고 하여 부수고 새로 짓고 있지 않은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일이니 임시변통으로만 넘길 게 아니라 근본 대책을 서둘러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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