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보다 심각한 건 꽁꽁 언 사람 마음
고통의 겨울, 역설적으로 고마울 수도

연일 한파와 폭설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이 꽁꽁 얼어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지구가 더워질수록 겨울이 추워진다는 온난화의 역설이다. 한파가 일상이 되고 이상한파로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기록적인 한파는 북극발 냉기가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추위는 예전의 기록과 비교하면 그렇게 낮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유난히 춥다고 느끼는 것은 심리적으로 마음이 더 추운 것 때문은 아닐까.

한파보다 심각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이다. 사람들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있어 피부에 와 닿은 추위가 더 극심한 것 같다. 작년 겨울, 모금 실적을 나타내는 사랑의 온도계는 24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모금목표 달성비율이 불과 24%라는 것이다. 대부분 기부금이나 모금액도 평년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만큼 힘들고 사람들 사이에 불신의 벽이 높아진 것이다.

내가 아는 편의점 주인은 올해부터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부부가 교대로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임금과의 전쟁이라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무엇보다 건강이 나빠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서민들의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무척 힘들다며 하소연을 한다. 최저 임금이 역대 최고인 16.4% 오른 올해는 상황이 무척 심각하다고 한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생들도 불만이다. 여기저기 문을 닫는 상점이 늘어나고 점포세를 붙이는 빈 상점도 하나둘씩 늘어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백수 생활을 해야 하는 성실한 청년들도 많이 늘어났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자리가 없다며 청년들은 발을 동동 구른다.

중소기업들도 임금 인상으로 외국으로 눈을 돌리려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득이 오르고 삶의 질이 높아질 거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는 오히려 최저 임금의 역설이 아닐까.

봄이 와도 예전의 봄 같지가 않을 것이다. 힘든 상황일수록 상생이 필요하다. 서로 배려하고 함께 많은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 것이다. 착한 아파트와 착한 가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봄바람 같은 소식이 많이 들려 왔으면 좋겠다.

커피 값을 아껴서 최저임금 인상분을 충당하는 착한 아파트의 소식과 자신들의 시간을 몇 시간 줄여서라도 동료 한 사람도 해고하지 않고 다 함께 일하자는 착한 가게 직원들의 소식은 한파를 녹일 정도로 훈훈하다.

지난봄에는 바닷가 근처를 지나다가 언덕에서 쑥을 보았다. 그래서 차를 세워두고 일행과 함께 쑥을 캐기 시작했다. 이른 봄이어서인지 아직 어린 쑥이 차가운 땅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마른 잎 사이로 파랗게 고개 내민 쑥의 모습이 경이로웠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양지에 고개 내민 어린 쑥을 캔다는 게 미안했지만 일행들은 얼마 동안 쑥을 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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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 햇살이 있는 작은 언덕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쑥을 캐면서 쑥의 생명력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올 것이다. 추울수록 서로 감싸며 온기로 서로 지켜내며 서로 고통을 나눈다면 따스한 봄날이 찾아와서 꽃이 필 것이다.

유난히 춥고 고통스러운 겨울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주는 고마운 경고일지 모른다. 많은 사람이 배려하고 서로 감싸 안으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언젠가 봄날의 따스한 기억으로 살포시 미소 지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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