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불문 입당 러시에 유례없는 인물 풍년
영입 인사와 갈등 표출…기존 지지층 이탈 우려

정권 교체 이후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이 유례 없는 인물 풍년을 맞고 있다. 6·13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 진보와 보수 진영을 불문하고 민주당 문을 두드리는 덕분이다.

민주당 도당은 지방권력 완전 교체를 목표로 하는 만큼 문호를 넓게 열어둔 모양새다. 하지만 정통 민주당 지지층 정서와는 맞지 않는 인사들 입당에 따른 딜레마도 없지 않다.

◇당내 정쟁의 장이 된 거제 = 문재인 대통령 출생지인 거제 현실이 대표적이다.

권민호 시장 입당을 두고 변광용 전 지역위원장을 비롯한 기존 당원들은 반대 투쟁을 펼쳤다. 앞서 민주당에 입당한 김해연 전 도의원도 힘을 보태 공동 전선을 펼쳤다.

그러나 권 시장 입당 이후 지역위는 분열했다. 김해연, 변광용 두 사람이 모두 거제시장에 출마하면서다.

김 전 의원은 출마 선언 때 "변 전 위원장이 책임지기는커녕 시장 출마를 하는 건 정치 배신 행위"라면서 "경선이 불공정하게 이뤄지면 무소속 출마도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변 전 위원장도 이튿날 출마를 선언하면서 "외로움과 비웃음 속에서도 신념과 소신으로 민주당 깃발을 당당하게 지켜 온 사람의 어제는 그 사람의 내일이 웅변해 준다"는 말로 정통 민주당 인사는 자신임을 강조했다.

정통 민주당 인사, 진보 측 영입 인사, 보수 측 영입 인사 간 관계가 서로 맞물리면서 시민에게 분열상만 비추는 형국이 된 셈이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세력이 커졌다하나 아직 보수세가 강한 거제의 분열상은 풍요 속에서도 결과적 빈곤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 같은 모습은 창원·사천·통영·산청 등 보수 정당 출신 인사들이 민주당 당적으로 출마를 예고한 지역의 경선 과정에서도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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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 소속 당원 50여 명은 지난달 5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도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가 자유한국당 출신 권민호 거제시장 입당 승인을 불허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경남도민일보DB

◇부정적 도민 눈초리 부담 = 경남에서 민주당은 이제껏 한 번도 제1당은 물론 제1야당 자리를 차지하기도 버거웠다. 민주당보다 창원과 거제 등을 중심으로 한 진보 정치세가 더 강했기 때문이다.

이 탓에 민주당은 색채는 분명 중도보수임에도 경남에서 전남·북을 제외한 타 광역 시·도보다 더 강하게 진보적 색채를 요구받을 수밖에 없었다. 진보적인 사람들 중에도 비록 보수정당이나 민주당의 개혁성을 믿는 사람들이 주로 지지하다보니 정치적 순결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풍토가 강하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당 등 보수 정당 출신 인사 영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당 외부에서도 큰 점은 민주당이 본선을 치르는 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 민주당 지지자는 "지금까지 나온 도지사 후보 2명 모두 보수 정당 출신으로 채워지지 않느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 도민은 민주당 도지사 후보들을 두고 "민주성지 마산이라면서 이 동네에서 민주를 지켜 온 사람이 그렇게도 없느냐"면서 "이 훈풍(민주당에 유리한 선거 상황)에도 나선 사람이 한나라당 출신에 '박사모' 지지를 받는 사람이라니, 지금껏 핍박 받으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민주를 지켜 온 분들은 화도 안 나는가. 이런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 있느냐"며 발끈했다. 이렇듯 촛불 혁명 이후 첫 지방선거를 앞둔 현 시점에 민주당을 향한 도민 기대치는 매우 높다. 이 점에 비춰 잇따르는 입당 속에 민주당 도당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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