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곳-오누이 북앤샵
창원 봉림고 인근 10평 공간
출판물, 화집, 소품 등 판매
닫는 곳-가배소극장
마산 창동서 8년간 100회 공연
재정난·열악한 환경 폐관 결정

여는 곳 - 오누이 북앤샵

오는 10일 창원에 조그만 독립서점이 문을 연다. 도시 규모와 비교해 다른 곳보다 독립서점이 거의 없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다.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경남관광고와 봉림고가 나란히 붙은 사거리 모퉁이에 생긴 '오누이 북앤샵'. 열 평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이 4개뿐인 작은 책방이다.

얼마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장참미(30) 씨와 화가 장건율(28) 씨 남매가 운영한다. 그래서 이름이 오누이(남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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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에 독립서점을 연 장건율(화가·왼쪽), 장참미 남매. /이서후 기자

이들 남매는 2015년 월간 잡지 <월간>을 발행하는 등 나름 지역에서 같이 활동을 한 이력이 많다. 책방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공간을 하나 만들어서 각자 하고 싶은 거를 하자고 늘 얘기했었어요. 아무래도 카페는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고, 누나는 국문과를 나왔고 나는 미술을 전공했으니 각자 장점을 살려서 하자고 했죠. 그러다 누나가 본격적으로 결심을 하고부터 콘셉트로 잡은 게 책방이었어요." (장건율)

"준비하면서 서로 했던 말이 재밌는 거 하자, 재밌게 하자는 거였죠. 저는 원래 직장에 다녔는데, 문화 공간 쪽으로는 전혀 문외한이었죠. 그런데 동생이랑 잡지도 만들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 보니까 회사 생활은 하기 싫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재밌어하고 좋아하던 일을 찾다 보니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된 거죠." (장참미)

서점이라고는 하지만, 선반에 진열된 물품이 다양하다.

"일단은 저희 남매가 좋아하는 것들부터 시작해보고자 해요. 독립출판물, 헌책들도 팔고요. 화집과 소품도 팔 거예요. 제가 필름 카메라를 좋아해서 중고 필름 카메라랑 직접 말아서 만든 흑백 필름도 팔아요. 누나는 소설이나 시집들을 가져와서 팔 거고요. 또 손님들이 천천히 공간에 머무르실 수 있도록 간단한 식음료도 판매할 예정이에요." (장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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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누이 북앤샵에 책과 함께 다양한 물품이 진열된 선반. /이서후 기자

서점이 들어선 장소도 독특하다. 바로 앞에 경남관광고 운동장이 훤하게 보인다.

"동생이 봉림고를 나와서 이 동네를 좋아해요. 처음 가게를 구하겠다고 결심하고는 사림동 근처만 돌아다녔죠. 여기는 동생이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에요. 임대 표지가 붙은 걸 보고 바로 연락했어요. 원래는 오래된 약방과 분식집이 있던 곳이에요." (장참미)

동생이 예술가라서 그런지 실내장식이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좁은 공간이지만 한 자리, 한 자리마다 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아깝지 않게 꾸미고 배치했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갤러리 같은 공간이면 좋겠어요. 의도하지 않더라도 이 공간에 오면 저절로 문화적으로 젖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편안하게 미술이나 독립출판물을 접할 수 있게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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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방 쪽에 걸린 큰 미술 작품이 갤러리 느낌을 준다. /이서후 기자

닫는 곳 - 가배소극장 

마산 연극판을 지키며 든든한 문화공간 노릇을 해 온 창원시 창동 가배소극장이 문을 닫는다. 오랜 재정난을 버티지 못한 탓이다.

가배소극장을 운영하는 공연창작집단 가배 최성봉 대표는 5일 오후 건물주를 만나 소극장을 빼겠다고 통고했다.

이날 만난 최 대표는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유지를 하려고 했죠. 공연 티켓 팔고, 다른 데서 공연하고 얼마씩 받으면 다들 조금씩 내어놓고, 지원금 받은 거 있으면 어떻게든 아껴서 유지비를 충당해 왔어요. 계속 이런 식으로 어떻게 유지는 할 수 있죠. 그런데 이제는 힘이 부치네요."

최 대표와 들어간 가배소극장은 내부가 엉망이었다. 추위로 배관이 얼어 터지며 바닥 전체가 물바다가 됐다고 한다.

가배소극장을 운영하던 공연창작집단 가배 최성봉 대표가 엉망이 된 소극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이서후 기자

"매년 반복되는 일이에요. 물이 차면 치우고, 또 차면 치우고를 반복하니 그냥 소모적인 일 같아요."

옛날 건물이라 소극장이 있는 지하에는 화장실도 없었다.

"공연장은 화장실이 필수예요. 화장실을 만들려고 그동안 백방으로 노력했죠. 화장실을 짓는 데 1000만 원 정도 들어요. 창원시에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개인건물이기에 시설투자를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2010년 만들어진 가배소극장에서는 지난 8년 동안 크고 작은 공연이 100회 이상 열렸다. 마산 지역 소규모 예술 단체들에는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공연장 노릇을 했고, 공연문화에 목마른 시민들의 갈증을 없애는 데도 큰 공헌을 했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 해결책 없는 재정난으로 지친 최 대표의 선택이 결국 소극장 폐관이었다. 지난 1986년 개관한 극단 마산 소극장이 1997년 폐관한 것을 직접 겪은 그에게는 두 번째 가슴 아픈 경험이다.

"요즘 시대에 개인이 운영하는 방식으로는 소극장 운영이 어렵다고 봐요. 마산에서 35년 동안 가난한 극단이 힘들게 소극장을 유지해 왔어요. 이제는 자치단체에서 공연장다운 소극장을 제대로 하나 만들어서 상설공연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때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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