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신용협동조합이 선거에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합원 1만 2000명의 경남중앙신협은 지난달 이사장 선거 당시 불공정 시비에 시달렸다. 선거에 즈음하여 조합원이 크게 증가했는데 현직 이사장이 추천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가입했다는 주장이 경쟁 후보에게서 나온 것이다. 또 최근 임원 선거를 목전에 둔 경남동부신협은 규정상 선거인명부 교부가 금지돼 있다. 경남동부신협은 투표권 있는 조합원이 2만 2000명이라고 한다. 선거 입후보자에게 유권자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면 후보자로서는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으며, 유권자들도 선거에 관심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제도는 기존의 임원에게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직접선거를 치르도록 해놓고는 정작 선거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하는 희한한 규정을 가진 신협이 있다는 게 놀랍다.

전국의 신협이 임원을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것은 대의제나 간선제 등으로 치러지는 여타 생협에 비해 돋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함으로써 직선제 취지를 퇴색하게 하는 규정은 폐기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협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 조합원을 보유한 협동조합 중 직선제를 실시하는 곳은 선거인명부 발급 등 선거 업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달리 출자 조합원이 동등하게 주인 자격을 누리며, 조합원의 민주적 참여를 통해 운영된다. 이 점에서 임원 선출이 투명하지 않은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의 본질적 가치와 위배한다고 할 수 있다. 신협은 스스로 점검해 보고 협동조합의 의미를 거스르는 규정은 고쳐야 한다. 물론 자율과 자치, 신뢰를 핵심적 가치로 삼는 협동조합의 선거에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모순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선거 제도의 불투명성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안팎에서 나왔음에도 고쳐지지 않는 것은 자정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신협이 기성정치를 닮아가지 않고 협동과 신용의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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