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취재 때 확인한 '학연 인사' 사례
3월 경남은행장 선출땐 '그들' 정서 벗길

나는 경남도민일보 경제부에서 금융·부동산·건설·건축 분야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경제계 다양한 인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쪽 사람들은 유독 '학연'으로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성향을 보였다. 서로 초·중·고, 그리고 대학까지 들추면 한 다리 걸치기란 어렵지 않다. 만약 직접 겹치지 않으면 "내 잘 아는 ○○이가 그 학교인데, 알아요?"라며 억지스럽게 연결하려는 이도 있다.

학연이 처음 만난 자리의 어색함을 덜고, 좀 더 친밀한 인간관계 형성에 도움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좀 과하다 싶기는 하다. 특히 금융계 같은 경우 수장을 뽑을 때 학연을 빼놓을 수 없는 중심에 놓는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BNK금융지주는 지난해 격랑 속에 김지완 회장을 새 수장으로 뽑았다. 당시 내외부 인사 여럿이 회장직에 도전했다. 그런데 '어느 학교 출신'인지가 역학 구도 중심에 자리 잡았다. 2011~2013년 그룹을 이끈 이장호 전 회장은 부산상고-동아대 출신이다.

이 회장 집권 당시 주요 임원들은 이 학교 출신이었다. 그러다 보니 '임원 회의는 곧 이장호 회장 동문회'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이들 학교 출신 영향력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지주 회장 선거에서도 '부산상고-비부산상고' '동아대-부산대' 같은 구도가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지주 회장 선거 이후 관심은 BNK 계열사인 경남은행으로 옮겨갔다. 지난해 말 손교덕 경남은행장은 '사표 제출·반려' 논란을 겪었고, 이에 '조기 용퇴론'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면서 차기 후보군은 물밑에서 소리 없는 움직임에 들어갔다.

구체적으로 10여 명이 후보군을 형성하는 분위기였다. 경남은행 내부 출신 후보군은 모두 손 은행장과 같은 마산상고(현 마산용마고) 출신이었다. 이 때문에 '마산상고 자체 교통정리론'이 흘러나왔다. 실제로 BNK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자신들끼리 의사소통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이러한 분위기에 힘을 싣기도 했다.

그러다 손 은행장이 오는 3월까지인 임기를 채우는 쪽으로 바뀌면서, 이러한 분위기도 표면적으로 한동안 가라앉았다. BNK 내 일련의 분위기를 접한 한 지역 인사는 덤덤한 표정으로 "출신 학교? 그게 뭐 그리 중요한데…"라고 내뱉었다. 나는 일반인들 상식에 가까운 반응으로 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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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월로 접어들었다. 경남은행은 3월 말까지 차기 행장을 뽑아야 한다. 따라서 새 행장 선출 움직임은 이달 설 연휴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은행은 '지역과 함께 세계로, 고객과 함께 미래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새 경남은행장 선출에서 '지역·고객'과 거리 먼 '그들'만의 정서가 지배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차기 경남은행장은 토론 과정을 거쳐 능력 중심으로 뽑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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