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교장 10년 관리자 생활 성찰 계기
초심 강조…관리직 교사에 권하고픈 책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긴 한가?"

영화 <내부자들>을 본 지가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씁쓸한 웃음을 머금게 하는 대사다. 밀양 송진초등학교 박순걸 교감이 발간할 책 <학교 내부자들>(에듀니티, 근간) 원고를 읽었다. '민주적인 학교를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 21세기 학교에서 일어나는 비민주적인 요소들에 대한 현직 교감의 고백과 반성"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감추고 싶고 외면하고 싶은 학교 안 우리들의 치부를 조곤조곤 드러내고 있다. 많이 아프고 불편한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뻥 뚫리듯 후련한 이야기다. 자신의 허점과 실수를 공개하고 인정하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독자들은 알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안일한 삶과 무지를 향해 돌직구를 날리는 저자 참된 용기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은 교사들의 배움과 성찰을 이끄는 좋은 거울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학교 내부자들'은 대부분 교감, 교장이라는 '관리자'들을 지칭하고 있다. 나도 교감을 거쳐 교장 8년을 했으니 말 그대로 '관리자' 생활 10년이 넘었다. 개인적으로는 "도대체 누가 누구를 관리한단 말인가?" 반문하며 '관리자'란 말 자체를 무척 듣기 싫어한다. 나는 평소 교감, 교장은 하나의 '역할'일 뿐 그 근본은 교사라고 생각한다.

내 역할은 군림하고 지시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매사에 학생과 교직원들을 '지원'하며 살아야 하는, 책임 많은 '상머슴'이라고 생각하며 실천해왔다. 낮은 자세로 지극정성을 다하여 교사, 학생, 학부모를 사랑으로 섬기며 살고자 했다. 결코, 쉽고 편안한 길은 아니었다.

하지만 <학교 내부자들>을 읽으니 나도 어느새 '관리자 문화'에 조금씩 젖어들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많이 지치고 힘들었던지 문득문득 평교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아직도 상머슴으로서 책임질 일이 많아 훌쩍 버리고 떠나지 못하는 신세다. 이렇게 지쳐 있는 나에게 때마침 박순걸 선생님이 '초심 잃지 마라'고 호되게 질책하는 원고를 한 묶음 보낸 것이다. 밑줄 그으며 원고를 읽어나가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올챙이 교사 시절 모르는 개구리 관리자 이야기. 교감이 되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 교감은 왜 남자의 '젖꼭지'가 되었나? 좋은 시절에 관리자 못 해보고 좋은 시절에 교사 못 해보는 불쌍한 사람들? 관리자는 왜 교사의 적이 되었나? 비민주적인 문화를 체득해야만 승진하는 학교-그리고 악순환. 결정권 제로의 습성화로 말을 하지 않는 교사들. 자습은 시켜도 표가 나지 않지만, 공문을 놓치면 무능한 교사가 된다. 명패를 치우고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교사의 삶. 교무행정업무 경감은 무엇부터 시작이 되어야 하는가? 승진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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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말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쓴 책이다. 그러나 결코 쉽게 읽어서는 안 될 책이다. 이 땅의 모든 교사들이 이 책으로부터 다시 출발했으면 좋겠다. 오래된 관행과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릴 때가 되었다. 특히 교감, 교장, 장학사, 장학관 등 승진을 앞둔 교사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만약 이 책마저 외면하고 '관리자'가 된다면 그분은 동료교사들로부터 먼저 외면당하는 허수아비가 될 것이다. 박순걸 선생님의 '땀과 눈물로써 빚은 아름다운 삶의 회초리'를 겸허히 맞으면서 나도 다시 힘내어 새봄, 새 학년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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