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보건소만 물품 지급, 지역 내 타 보건소 이용 못 해…전산시스템 무용지물

창원시 의창구에 사는 이모(31) 씨는 최근 보건소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 씨 일터는 마산회원구에 있다. 임신 4개월 차인 이 씨는 창원보건소에 임신부 등록을 했고, 그간 임신 지원 정책에 따라 엽산제와 철분제 등을 지급받았다. 이 씨는 얼마 전 철분제가 떨어진 사실을 알게 돼 점심때를 이용해 다른 보건소에서 수령을 의뢰했다. 그러나 해당 보건소는 "우리 보건소에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철분제를 드릴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씨는 "같은 지자체에 있는 보건소에 임신부로 등록을 했는데 다른 보건소 등록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물품을 지급받지 못하는 건 시대에 뒤떨어지는 행정이자 불통행정"이라고 했다.

창원보건소에 따르면 등록된 임신부는 전산망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창원보건소에 등록을 했다면 마산보건소 또는 진해보건소에서 임신부 등록이 됐는지 확인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중 지원'을 방지하고자 등록 임신부에게만 물품을 제공하면서 전산망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임신부에 관한 전산시스템을 만들어 어디에서도 임신 지원 혜택을 받게 하겠다던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결과물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7년 지역보건소에서 제각각 사용하던 내부전산시스템을 일원화하고자 60억 원을 들여 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이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고자 해마다 20억 원가량의 혈세가 쓰이고 있다. 그러나 목적대로 시스템이 가동되지 못하면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까지 사고 있다.

현재 매뉴얼대로면 임신부가 철분제 등을 받으려면 최초 등록한 보건소를 찾아가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창원보건소 관계자는 "시스템을 통해 타 기관 조회가 되니까 물품을 받았던 사실은 확인이 된다"면서 "임신부가 방문하면 신규 등록을 요청하고 신규로 등록했을 때 물품을 지원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배부가 안 된다는 답변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 내에서도 임신부 대상자 정보 공유가 안 된다는 지적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개선책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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