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교육자치 (상) 참여 문은 열었다
주도적 참여로 수업 혁신·학교 변화 이끌어내
급식조례 개정 주민발의 등 정책 변화도 요구

혹자는 자치란 스스로 결정하려는 것을 방해하는 것과의 싸움이라고 정의했다. 교육 자치는 일반인에게 어려운 개념이다. 교육 관련자도 구체적인 방향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 행정의 지방 분권을 통해…'로 시작하는 사전적 의미는 혼란을 가중한다. 반면,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 주체가 바라고 실현하고자 하는 교육 자치는 단순 명료하다. '주체로 바로 서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관치 교육을 멈추고 교육을 교사에게 돌려주겠다"며 교육 공약 중 하나로 교육 자치를 내세웠다. 1991년 지방자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교육 자치 논의는 시작됐지만 중앙은 사무와 권한을 내려놓지 못했다. 지난 9년 진보 교육감 시대를 거치면서 분명히 변화의 바람은 일고 있다. 하지만, 학교가 주체로 바로 서기까지 갈 길이 멀다.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곽노현 이사장은 "우리나라 학교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줄을 당기는 대로 움직여온 꼭두각시 조직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당연히 교사의 자발성과 집단 지성, 창의성과 책임감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학교에 과도하게 보유해온 중앙집권적이고 관료주의적인 교육행정 권한과 시장주의 이념으로 채색된 교육규제 시스템은 자율과 분권, 자치의 새 시대를 맞아 청산 대상 교육시스템 적폐 1호라 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입시 하나만을 목표로 한 경쟁 교육은 '적폐 1호' 교육시스템을 가능하게 했다. 참여정부 시절, 교육 개혁을 시도했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했고 작은 변화의 싹은 학교에서부터 피어났다. 2006년부터 '전인 교육'을 표방하며 만든 자율학교인 혁신학교의 확산은 학교의 변화를 일구어냈다. 경남은 행복학교를 운영 중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체계에서 탈피해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혁신학교 수업 형태는 이미 많은 일반 학교에 확산했다. 한 교육 관계자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학교 안에서조차 개별화, 다양함을 수용하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학교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과 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 학생, 학부모는 스스로 결정하려는 것을 방해하는 것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 시작은 참여다. 일례로 2015년 무상급식 중단 사태로 혼란을 겪었던 경남에서 학부모를 포함한 도민 60만 명이 학교급식법 개정 청원 서명에 동참했다.

한 학부모는 "학부모 역할이 잘 먹이고 챙겨서 학교에 늦지 않게 보내면 끝나는 것으로 인식했다.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일방적인 행정이 미치는 교육적 영향을 알게 됐고 학부모가 중심을 잡고 교육을 바로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해지역 학부모는 학교 급식예산 지원을 의무화하는 학교급식조례 개정 청구를 위한 주민발의를 추진하기도 했다.

학부모가 교육에 참여하는 일은 이제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김해 수남초 학부모로 구성된 환경사랑 동아리 '한울타리'는 아이들과 함께 학교 인근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사랑 지킴이 활동을 하고, 창원 외동초는 14년째 자발적으로 '학부모 경찰대'를 운영 중이다. 사천 대방초는 2008년부터 학부모와 학생이 직접 메주를 쑤고, 이를 발효한 장을 학교급식에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찬반 논란이 일었던 거제고교 평준화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학부모·학생·지역민 여론조사에서 찬성 60%를 넘도록 법적으로 건의와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교사, 학부모는 '경남도교육감 공약사업평가위원회' 평가위원이 되어 정책을 공유하고 공약 이행률을 평가한다. 교육 주체의 활발한 참여 사례는 교육 자치의 한 단면으로 보이게끔 착시를 일으킨다. 교육 자치는 위(교육부 혹은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지침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학교)에서 제기하는 요구를 위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즉 교육 주체가 계획하고 결정하는 권한의 문제로 이어져야 하지만 현실은 참여, 딱 거기까지만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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