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 초 '2018년, 더는 참사 없길'이란 제목의 취재노트를 쓴 적이 있다. 한 해를 결산하는 의미로 지난해 경남도민일보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기사를 조사했다. 그 결과 사건·사고 기사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글은 '2018년에는 도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참사가 발생했다. 무려 192명(사망 43명·부상 149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다. 이는 경남을 넘어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세종병원의 문제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경찰 조사 결과 불법 증축과 관리 부실, 허술한 소방점검제도 등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정치권도 한몫했다. 서로 힘을 모으지 못할망정 '네 탓 공방'만 벌이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중 압권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이었다.

지난 26일 화재 현장을 찾은 김 원내대표는 "정권은 쇼통과 정치보복에 혈안이 돼 국민의 기본적인 생명권도 지키지 못했다"며 "문 대통령은 사과하고 청와대·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많은 시민들을 분노케 했다. 한 SNS 사용자는 "대형사고 현장에 정치인들은 방문을 제발 자제하는 게 사고 수습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박성훈.jpg

이를 보며 올해도 사건·사고 기사가 가장 높은 조회수를 차지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

민·관이 합심해 형식적인 안전진단이 아닌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부디 이 불길한 예감이 맞지 않기를 바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