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관계를 붕괴시키는 사회,
대한민국 심리상태가 위험하다

심리상담센터에 가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증…. 10년 전만 해도 익숙하지 않았던 병명들이 이제 낯설지 않다. 최근 벌어진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의 자살 때문이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다 보면 우울증, 무기력증 등 정신적 질환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6년째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며 직접 상담을 하고 있는 성정아(53) 소장을 만났다. 성정아심리상담센터는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에 있다. 상담실 안은 바깥 칼바람과 상관없는 듯 평온했다. 성 소장과 '심리상담'을 주제로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성 소장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창원에서 살고 있다. 대학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다. 처음 심리 상담을 접한 건 엄마가 되고 나서였다.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쯤 우연한 기회에 들은 부모교육이 심리학과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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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상담센터 운영하는 성정아 소장. / 서정인 기자

"심리학 강의가 너무 마음에 와닿는 거예요. 그 후에 집단상담 같은 게 있다고 하길래 거기도 가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 4박 5일을 보내줬어요.(웃음) 아이들 두고 저 혼자 경기도까지 그걸 하러 갔는데 거기 계신 리더가 저에게 상담에 재능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 후로 지금까지 직진이었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쉬지 않고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세어보니 39세에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심리상담센터를 16년째 운영하고 있다.

성정아심리상담센터에서는 모든 종류의 상담이 가능하다. 부부, 가족, 성인개인, 아동·청소년, 노인 등 모든 사람이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청년 우울증, 노부부 상담… 사회상 투영하는 심리상담

"상담사례는 사회적 현상을 반영해요. 황혼이혼이라는 말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정도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때쯤 '이상하다. 요즘 왜 이리 노인들이 상담을 많이 하러 오시지? 노부부가?' 그러다 신문 같은 데 보면 요즘 '황혼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여요."

심리상담센터에서 다루는 다양한 상담 유형 중 특히 성인개인상담에 관심이 갔다. 최근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문제 중 공황장애, 불안장애, 강박장애가 두드러지게 많다고 했다.

"일단은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강박장애가 많아요. 두 번째가 대인관계, 자존감 문제. 세 번째 우울증, 정서장애가 대부분이에요. 특히 최근 바짝 올라오는 상담 이슈가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오는 불안감이에요. 정말 없었던 게 20·30대 상담인데 3~4년 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공황장애가 늘고요. 신체적으로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취업과 미래에 대한 걱정, 사회 부적응, 또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받는 취업 신출내기들이 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특히 20·30대 청년층 발병 비율이 현저히 높은 공황장애에 대해 물었다. 심리학에서는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공황장애를 어떻게 치료하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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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정아 소장의 프로필. / 서정인 기자

공황장애는 예고 없이 극도의 불안 증상이 나타나는 불안장애의 하나다. 공포심과 함께 심장이 빨리 뛰거나 답답하고 땀이 나는 등 신체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공황장애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심리치료로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성 소장은 얘기했다.

"세계 정신건강편람 기준에 보면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에 들어가요. 근데 요즘 워낙 공황장애 환자가 많다 보니까 따로 떼서 보고 있어요. 삶에서 경험한 강한 부정적 감정을 그때그때 표출하지 못하면 쌓이게 돼요. 이것도 하나의 에너지거든요. 에너지는 힘이에요. 몸속 혈류에 영향을 끼쳐요. 감정이 표출돼서 흘러가야 하는데 어떤 이들은 그 감정을 억압하거나 무시해버려요."

성 소장은 '내 마음의 사이즈를 넘어버려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마음이라는 게 무한정으로 감정을 담을 수 있지 않아요. 내가 견딜 수 있는 지점을 넘어섰다는 사인이에요. 그때는 이미 느끼는 거죠 몸이."

치료 첫 단계는 '탐색'이다.

"딱 그 지점이 있어요. 발병한 시기, 공황장애를 일어나게 한 부정적인 감정이 퍼즐처럼 딱 맞아요. 심리학은 아주 과학적이에요. 저희 센터에서는 5회 탐색을 하고 인지행동치료로 공황장애를 다스려요. 대부분 많이 치료돼요. 전 약보다는 인지행동치료를 훨씬 권해요. 외국에서는 심리상담이 보험이 되잖아요. 그래서 공황장애에는 거의 인지행동치료를 해요. 가장 강력하고 빠르기 때문에요."

보통 모든 상담은 5회가 기본이며 증상에 따라서 조절한다고 했다. 공황장애, 강박장애는 10회는 받으라고 권하는 편이고 부부 상담은 최소 6회, 성인·아동·청소년 상담은 5회 정도가 평균 상담 횟수라고 한다.

이해하지 못할 행동도 이해하는 심리상담

왜 술에 중독될까? 왜 바람을 피울까? 왜 자꾸 거짓말을 할까?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이해하고 싶지 않은 행동이지만 심리상담에서 행동에 대한 비난은 금지다. 절대적인 이해가 우선이다.

"알코올에 중독되면 가족들에게 구박당하고, 나중에는 폐인이 되잖아요. 그 사람도 이렇게 술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잘 알아요. 근데 왜 먹을까요?"

수많은 단점을 감수하면서 술을 먹는 이유는 단 하나의 장점을 버리지 못해서다.

"우리는 인간 본성보다는 아빠, 남편이라는 역할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요. 그 역할 속에서 공허하고 고독하고 자기 존재감을 느낄 수가 없었던 거예요. 그런 감정 상태가 싫을 때 선택한 게 술이고요. 술 먹을 때만큼은 행복한 거예요. 술 먹지 않아도 행복하고 존재감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렇게 접근해야 하는데. 보통 격리시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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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정아 심리상담센터 내부 사진. / 서정인 기자

외도를 하는 경우도 풀어내면 비슷하다고 했다.

"외도 상담받으러 오시는 부부 중 남편이 공허하고 외로운 상황인 경우가 많아요. 물론 아내들도 외롭죠. 여자들은 결혼해서 사랑받는 게 목표고 남자들은 인정받는 게 목표예요. 그러다 술집에 가거나 했는데 내 얘기를 잘 들어 준단 말이에요. 그분들 표현으로는 그게 숨구멍이라고 해요. 상담을 해보니 남편이 바람이 난 건 사실이지만 남편이 고독했구나, 외로웠구나, 이렇게 인간적인 이해를 하게 되니까 조금 남편을 이해하게 되죠. 물론 아내의 이야기는 따로 있어요."

문제 행동은 대부분 자신을 지키려는 행동이다. 남자친구의 잦은 거짓말로 상담을 받으러 온 커플이 있었다.

"거짓말도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이에요.(웃음) 남자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무서운 부모님이 있었을 거예요. 사실대로 말하면 혼나니까 방어하는 거예요. 거짓말은 나쁜 거지만 역설적으로 혼나지 않는 방법인 거예요. 그렇게 자라면서 방어적인 캐릭터가 되는 거예요. 당사자도 자기가 왜 그러는지 상담하고 나서 이해하게 되었죠."

심리상담의 치료 효과는 지나간 상처와 억압된 부정적 감정을 밖으로 꺼내면서부터 시작된다.

"얼마 전 오신 중년 남자분이 상담 전에 작성하는 간단한 사항을 적으면서부터 울기 시작하시더라고요. 상담을 하고서는 처음으로 가슴에 막혀 있는 게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데요."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여러 가지 방해요소가 있지만 특히 내담자 태도에 따라 상담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제일 어려운 케이스 첫 번째는 편집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거죠. 의심이 많고 적대적이면 힘들어요. 부정적 사고를 가진 사람도 아주 힘들어요. 그런 분들은 끊임없이 '홀딩'. 상담사가 버텨줘야 하는 거예요. 인지를 좀 건드리려고 하면 자기방어를 할 거예요. 계속 받아주기만 바랄 거예요. 상담자 입장에서는 받아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얘기도 하고 속마음을 끌어내 주고 싶은데 이게 쉽지 않아요. 또 어떨 때는 그런 태도이면서 상담사가 자기 얘기를 들어주기만 한다고 해요. 가장 어려운 내담자들이죠."

심리 상태에 문제가 생겼다고 느껴지면 병원에 가야 할까, 상담센터를 찾아야 할까?

"제가 정신과랑 마주 보면서 10년을 했었어요.(웃음) 내담자가 우울증이 있는데 약 먹어야 할까요? 물어보신다면, 환청·환시 같은 증상이 나타났으면 병원에 가시라고 해요. 그런 건 약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거든요. 공황장애 같은 경우는 일단 저하고 해보자고 해요."

흔히 상담을 하다 안 돼서 병원까지 간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고 했다.

"어느 날 제가 사정이 생겨서 센터 문을 닫았는데 제 내담자가 급해서 바로 맞은편에 있던 정신과에 간 거예요. 의사가 심리검사를 하고서 비설명성정신분열이라고 진단했다고 아이 엄마가 부랴부랴 오셨어요. 절대 그런 애 아니거든요. 절대 10분 동안 보고 판단하면 안 돼요. 최소 1~3시간 정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판단해야 해요. 걔 지금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데요."

마음의 병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살 수 있는 사람을 자살하게 하거나, 우울증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을 정신분열까지 오게 될 수 있어요. 정말 전문성 있는 상담과 치료를 받았으면 해요."

상담 문턱 낮추려 만든 '마음카페', '빨간 우체통' 이벤트

사실 심리상담센터를 편하게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되어서야 상담센터를 찾는다. 보통 1시간에 10만 원 선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성 소장은 그 점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오고 있었다.

"심리상담 문턱을 낮추고 싶어서 '마음카페'라는 심리카페를 열었었어요. 그 잘 되던 상담센터를 지하로 옮겼었어요. 그때 그 공간을 저희 내담자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지하인데도 햇빛이 많이 들어오고 정원도 있고 특이했어요. 엄마 자궁 안에 들어온 느낌, 세상과 차단시켜 주는 느낌이 든다고들 했어요. 한쪽은 상담실, 한쪽은 카페로 사용했어요. 그냥 지나가시던 분들도 커피 마시러 오고 책 보고, 음악도 듣고 그랬거든요. 인테리어를 예쁘게 했더니 소문이 나서 주인이 나가라고 했어요. 어쩔 수 없이 이리 옮겼어요. 대학원 다니고 있는 저희 딸이 내년에 오면 다시 그렇게 해볼까 싶어요. 누구나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상담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요."

성 소장은 상담의 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상담받아봤는데 별 효과도 없더라' 만약 건너 건너 이런 말을 듣는다면 심리상담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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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정아 심리상담센터 내부 사진. 카페로 활용해도 될 만큼 예쁘고 따뜻한 공간이다. / 서정인 기자

"저희 센터가 부모자녀가족상담센터에서 성정아심리상담센터로 바꾼 건 한 달밖에 안 됐어요. 심리상담센터도 프랜차이즈가 있어요.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아이들 정서 상태를 보기 위해 심리상담센터에 가서 검사받는 게 나왔거든요. 사업에 머리가 빨리 돌아가시는 분들이 방송에 나온 그 센터를 프랜차이즈처럼 지역에 차리는 그런 구조인 거예요. 상담사를 고용하는 형태죠. 자기 센터를 운영하면서 직접 상담을 하는 곳과 실력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죠. 프리랜서를 하면서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다 보니 책임감이 덜하겠죠. 그리고 아무래도 영리 목적이 크기 때문에 내담자를 계속 모집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고용된 상담사가 '번아웃'되겠죠. 그런 상담 서비스를 받는 건 내담자에게도 안 좋아요. 상담 성과는 대부분 상담사의 철학, 열정, 진정성, 능력이 좌우해요. 늘 최선을 다해야 해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가정이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요. 첫 상담이 효과가 없었다면 상담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게 되죠. 그래서 저도 차별성을 두고 싶어서 제 이름을 건 센터 이름으로 바꾼 거예요."

성정아심리상담센터에서는 '빨간 우체통' 이벤트와 전문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빨간 우체통'은 매월 선착순 모집으로 선정한 5명에게 무료 심리상담을 해주는 이벤트다.

"예전에는 제가 살기 바빠서 못했는데(웃음)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고 있어요.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이에요. 전문프로그램은 커피값 정도만 내면 누구든지 들을 수 있게 하려고 해요. 자녀심리학교나, 진로 프로그램, 집단상담 프로그램, 그런 프로그램이에요."

성 소장은 스스로 심리상담사가 천직이라고 느낀다. 심리상담은 어떤 이들에게 잘 맞는 직업일까.

"그 질문 많이 들어요.(웃음) 일단 말하는 걸 싫어하지 않아야 해요. 전 이렇게 말하고도 모임에 가면 또 명랑하거든요. 남편하고 지인들이 신기하데요. 목 안 아프냐고요. 그다음은 추론 능력이 있어야 해요. 내담자의 말속에 감춰진 모순점, 가치관 같은 것들을 추론하면서 내담자의 생각을 파고들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걸 표현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해요. 저는 사람을 기본적으로 좋아해요. 남편하고 학생운동하다가 만났거든요.(웃음) 학생운동하면서 읽은 다양한 분야 책들이 인간을 좀 더 총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 시간씩 내담자의 부정적 감정을 받아들이고 정화해야 하는 직업. 감정적으로 끌려갈 만한 심각한 얘기가 한두 개가 아니라고 했지만 성 소장은 그런 일상에 스트레스받아 본적이 없다고 했다. 심리상담소를 방문하여 노력하는 내담자들의 모습이 경건하게까지 느껴진다고 했다.

'둥지의 위기, 애착 위협의 사회'

성 소장에게 16년간 상담을 하며 느낀 점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애착'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지금 사회에 대해 전문가로서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주제를 정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둥지의 위기, 애착 위협의 사회'. 지금 둥지가 위기예요. <한겨레> 보니 '부모 괴물'이라는 표현도 쓰잖아요."

둥지의 위기, 즉 가정의 위기다.

"요즘 TV에 나오는 살인은 가족이 가족을 죽이는 거예요. 정말 심각해요. 제가 16년간 느낀 건 정서적·심리적 문제를 우리가 너무 개인 문제로 본다는 거예요. 저는 사회구조의 문제라고 봐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조하는 돈 때문이라는 거예요. 아이들을 두고 부모가 맞벌이하는 이유는 잘 살기 위해서잖아요. 좋은 직업 가지고 성공하라고 뒷바라지하는 거잖아요. 17~18개월부터 가방 메고 나가서 어린이집 버스를 타요. 애착심리학자 '존 볼비'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해요. 심리학에 의하면 아이는 5세까지는 부모와 애착을 형성해야 해요. 애착이란 대상과의 친밀한 유대관계예요. 부모와 충분한 유대관계를 쌓은 걸로 아이는 앞으로 세상과 애착을 할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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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상담센터 운영하는 성정아 소장. / 서정인 기자

요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아이답지 않은 모습을 바란다.

"응석 부리면 요즘 부모들이 어떻게 해요? 채점 매겨서 안 그런 아이는 훌륭한 아이라고 비교하잖아요. '오빠 봐, 얼마나 착해' 부모가 그러면 아이는 오빠처럼 해야 하는구나 싶은 거예요. 예전에는 농경사회기 때문에 할머니도 있고 다른 어른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그렇게 유아동기에 억눌려 있던 것들이 언젠가는 커밍아웃 된단 말이에요. 친밀성을 바라는 욕구를 평가절하하게 되면 정서적 결핍을 일으켜요. 이런 심리를 가지고 요즘 아이들은 자라요. 상담받으러 오는 많은 분들이 정서적 결핍을 가지고 있어요. 사랑받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성숙해져요. 결핍이 있으면 남이 나를 나쁘게 볼까 봐 소심해지거나 예민해지죠."

부부 모두 일을 하지 않고서는 평균 정도의 의식주를 마련하기 힘든 사회 구조. 거기에다 성공·성취·욕망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불평등하고 불행해진다.

"자 이제 문제가 점점 드러나고 있잖아요. 더 이상 개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돼요. 예전에는 '불안정 애착' 하면 유아에게 해당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성인들이 '불안정 애착'을 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 사회가 적폐도 청산하고, 제도도 개선하는데, 인생이 행복한지 아닌지는 결국 감정이 좌우해요. 이제 감정, 마음에 귀 기울여야 해요. 가정 안에서 친밀한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성 소장과 보낸 시간은 유쾌했지만 이야기는 점점 묵직해졌다. 사회적·제도적인 개선으로 둥지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에 깊이 공감했다. 심리상담사들의 역할이 앞으로 더 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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