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 (4) 왜 지방분권인가?
강원택 교수-국토 개발 등 이슈 약화...교육·고용·주택 등 '부각'국가, 민생 대응 비효율적
이기우 교수-성장률에 중앙집권 걸림돌...지역 개발이 돌파구 되도록 법률제정권 지역에 넘겨야

이 기획의 첫 행선지는 지역이었다. 지역 실태와 지역민들의 인식, 한계를 극복한 지역 이야기를 만났다. 다음 행선지는 '왜 지방분권인가'이다. 강원택·이기우 교수 등 당대 전문가들이 말하는 지방분권 논리와 만난다. 왜 지방분권이 답인지 압축돼 있다. 지역민으로서 우리가 가진 지방분권 의식의 현주소도 알아본다. 지방분권에 전혀 관심없는 이들도 만나고, 지방분권만이 답이라는 분들도 만난다. 이어 '왜 지금인가?'에서는 왜 하필 지금, 지방분권을 더 외쳐야 하는지 이유를 듣는다.

"이 길밖에 없다"

인구와 권력, 돈이 수도권에 파멸적으로 집중되면서 생기는 지역 소외 실태에 소셜미디어 교육·컨설팅업체인 진주 'N미디어' 김진석 대표는 분노했다.

"한국사회에서 중앙과 지방의 격차를 어떻게 줄일 수 있겠어요? 싸우지 않는다? 그건 불가능하죠. 돈과 권력의 속성상 있는 쪽에서 없는 쪽에 순순히 그걸 내줄 수 있을까요? 지역민들이 공부를 해야 하고 그걸 바탕으로 싸워야 합니다. 독립운동이나 민주화투쟁 때처럼 전사가 필요합니다."

같은 지역민으로서 100% 공감되는 이야기다. 중앙에 집중된 돈과 권력을 뺏어와야 할 처지다. 그걸 갖고 있는 자들이 순순히 놓아줄 리 없다. 결국 지역민들은 싸울 수밖에 없다. 민주화 과정처럼 누군가 전사가 있어 당장 화염병 던지고 감옥 가면 중앙-지역 전선이 더욱 뚜렷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사람도 없고, 그런 식의 대립과 투쟁만으로 해결할 사안도 아니다. 일상의 정치, 생활 속의 자치, 그래서 지방자치가 현재의 단체자치 수준을 넘어 주민자치로 확대되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고, 주민 의식도 키우자는 의견이 더 현실적으로 들린다. 이를 논리적으로 제시한 이가 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한국 지방자치의 현실과 개혁 과제>에서 '왜 지방분권인가'라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강원택 교수. /연합뉴스

"과거 경제성장기 한국사회 의제는 경제계획, 성장, 국토개발이었다. 국가는 중앙집권을 통해 희소 자원을 총동원해 경제 성장에 쏟아부었다. 지방은 중앙 관료적 지배의 분소였고, 희소 자원을 송출하는 도관에 불과했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과거와 같이 일방적으로 국가가 사회를 끌고나갈 수 없게 되었다. 민주, 자유, 경제 성장, 국토개발 등과 같은 이슈의 중요성은 약화하고, 실제 삶과 관련된 교육, 고용, 주택, 세금, 환경, 연금 등과 같은 이슈가 부각됐다. 이런 생활 현장의 요구에 중앙정부 혹은 국가는 너무 멀고 비효율적인 것이 되었다."

그는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와 주민들의 자치의식이 왜 근본적 역할을 하는지도 밝혔다.

"한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하려면 더욱 삶의 현장에 밀착된 단위에서부터 시작되는 주민 참여를 통한 공동체의 지속과 발전이 모색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분권을 단순히 행정부처 간의 행정권 배분문제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방자치가 제 역할을 하려면 단순히 분권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를 다스리는 행위'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체장을 주민이 선출하고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전부인 양 인식하면서 내가, 내 친구가 직접 참여하는 주민자치 영역이 도외시돼 있다는 것이 강 교수의 결론이다.

2018년의 지방분권론

강 교수의 논리가 전통적이라면 현 문재인 정부가 자치분권 근거로 제시하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돌파' 논리는 더욱 현실적이다. 이는 이기우 인하대 교수가 주창한 논리다. 그는 현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 대표이자,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이다. 지난해 10월 <중앙일보> 시론에 그가 썼던 '지방 족쇄 풀어야 국민소득 3만 달러 뚫는다'에서 요지가 확인된다.

"2006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으나 11년이나 지나도록 3만 달러를 넘지 못한다. 선진국이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에 진입하는 데 평균 8.2년 걸린 것과 비교된다. 앨빈 토플러는 2001년 6월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위기를 넘어: 21세기 한국의 비전'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는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한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체제가 지식정보사회에서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토플러는 <불황을 넘어>라는 저서에서도 우리가 지방분권 국가로 생각해 온 미국도 불황을 극복하고 경제적 번영을 지속하려면 연방정부 권력을 과감하게 지방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기우 교수. /연합뉴스

"절대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화를 추구하던 시기에 대한민국은 후발 주자로서 선진국의 발전 모델을 답습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중앙정부의 엘리트 관료가 발전 방안을 기획하고 실천 매뉴얼을 만들어 전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강제하는 중앙집권적 관료 체제가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지식정보사회에 접어들자 이러한 국가운영체제가 오히려 지방과 국가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정답 없는 시대를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정답을 찾아내도록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한다. 실험에는 위험이 수반된다. 국가가 실험을 주도하다 실패하면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지방이 혁신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

이 교수의 논지는 지역이 외국의 지역과 경쟁해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헌법을 개정해 지역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손발을 풀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 법률 제정권을 주면 중앙정부와 지역정부 간, 지역정부 상호 간에 치열한 입법 경쟁을 통해 창조적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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