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가 제시한 총면적 160만 평에 달하는 4개 권역별 첨단특화산업단지 계획은 그것 자체로만 놓고 보면 꽤 야심 차다. 진해권역인 옛 육군대학 터는 연구자유지역으로, 마산권은 평성과 진전에 일반산단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또 옛 창원권의 상복산단과 덕산산단은 첨단화로 육성하는 한편 창원국가산업단지에는 전기 및 수소차 전용 특화단지를 추가로 설치하되 빠른 시간 안에 정착시킴으로써 도시발전을 추동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안상수 시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직접 설명회를 통해 밝힌 만큼 도면상의 신뢰성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 창원시의 인구감소가 일자리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경보음이 울려 퍼진 터라 장기적인 발전 정책을 선보임으로써 인구유출을 막아 도시 활력을 드높이려는 포석으로 이해되기는 하지만 왜 굳이 지금인가 하는 의문이 따른다.

지금은 선거를 목전에 둔 임기 말이다. 벌여놓은 각종 사업을 마무리할 시간이지 임기 초에나 할 수 있는 장기적인 도시개발 전략을 구상할 시기로는 걸맞지 않다. 창원시가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순수한 지역발전 차원에서 이 계획을 성안했다 해도 앞으로 불과 반년 후 단체장이 바뀌면 장래가 어떨지는 장담할 수 없다. 현 안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보면 정책의 영속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후임 시장이 퇴임 막바지에 내놓은 전임 시장의 도시발전계획을 그대로 계승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하기야 창원시의 청사진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고 그동안 단편적으로 소개됐던 기존 시책을 종합적으로 재편성한 측면이 강하기는 하다. 그러나 시기적으로는 일을 벌이기보다 결과물을 점검하고 정리하는 차분한 자세가 요구된다.

창원시는 최근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스타필드 인허가 문제를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반대 여론이 분분해 임기 말에 처한 단체장의 정치적 입장이 자유롭지 못한 데 따른 고육책으로 이해된다. 규모가 크다고는 하나 쇼핑몰이 역내로 들어오는 단순한 사안조차 선거 이후로 미루는 조심성을 발휘하면서 도시 명운과 100만 시민의 이해가 걸린 미래비전을 이 시점에서 거론하는 순발력은 서로 모순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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