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희생자 합동위령제서 유가족 대책 수립 건의
소방관 처우 개선·의료진 의사자 지정 등도 요구

세종병원 화재로 41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유족들은 안전한 밀양을 희망하며 '나'가 아닌 '우리'를 먼저 생각했다.

세종병원 화재 참사 합동위령제가 밀양시 문화체육회관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서 비통한 분위기 속에 지난 3일 엄수됐다. 일부 유족들은 헌화 중 고인의 영정 앞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등 오열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족들과 시민은 합동위령제를 치르는 1시간 30분 동안 '우리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유족협의회를 대표한 김승환 씨는 이번 참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더 안전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김 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과 소방 장비 정비와 다중이용시설 개선을 위해 국회와 정부가 실질적 노력과 방안을 해주길 건의한다"고 밝혔다.

3일 오전 밀양문화체육회관 합동분향소에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이날 합동위령제에 참석한 밀양시민들이 고인들에게 헌화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이는 지난달 29일부터 유족협의회가 보상도 중요하지만 대형 화재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더 노력해달라고 밝힌 마음의 연장선상이다. 유족협의회는 대형 참사 방지책 마련 요구에 이어 소방관 처우 개선과 다중이용시설 개선 등 더 구체적 방안 마련에 힘써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국회도 지난달 30일 14개월 묵혀뒀던 소방안전 관련 3개 법안을 처리하기도 했다.

유족 측은 이번 사고로 숨진 의사 민현식, 간호사 김정자, 간호조무사 김라희 씨 등 의료진 3명에게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유족 측은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자 의사자가 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박일호 밀양시장도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안전을 최우선에 둔 시정 활동을 약속했다. 이어 박 시장은 "사고발생 후 제기됐던 의료기관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며 "건축·위생·교통·에너지 등 분야별 문제점을 분석하고 시 차원에서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은 조례나 규칙을 고쳐 즉시 반영하겠다"고 했다.

시민도 이번 참사가 안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합동위령제에 참석한 서지혜(36) 씨는 "이 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도시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또 분향소를 찾은 부상자 가족은 "이번 일로 밀양이 더 단단해지고 있다. 안전한 세상을 위한 올바른 정책이 추진된다면 이번 참사가 주는 교훈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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