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대표 "의인들 의사자 지정 부탁한다"…밀양시장 "안전한 사회 만들 수 있도록 법과 제도 개선해야"

"좋은 곳에서 행복하고 아프지 않기를 바랍니다."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합동위령제가 밀양시 문화체육회관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서 3일 비통한 분위기 속에 엄수됐다. 일부 유족들은 헌화 중 고인의 사진 앞에 주저 앉아 흐느끼는 등 오열하기도 했다.

유족협의회를 대표한 김승환 씨는 "황망한 사고로 40명의 가족이 우리 곁을 떠났다. 따뜻한 말 한마디 더 못하고 못 들어주고 해드릴 것이 너무 많은데 우리 곁을 떠나게 돼 아프고 슬프다"며 "생전 남았던 아쉬움과 안타까움 모두 우리(유족)에게 남겨두고 부디 병과 걱정이 없고 늙지 않는 곳에서 영면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 씨는 의료인으로서 끝까지 환자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의사 고 민현식, 간호사 고 김정자, 간호조무사 김라희 씨에게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 씨는 이들이 의사자가 될 수 있도록 관계당국의 협조를 부탁했다.

01.jpg
3일 오전 밀양문화체육관 합동분향소에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이날 합동위령제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박일호 밀양시장의 추도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일호 기자

그는 "세종병원 화재 당시 의료인 본분과 책무를 다해 환자를 살핀 의인들이다. 유족들은 이들의 순고한 정신을 높이 사고 살신성인의 정신이 존중되도록 의사자가 될 수 있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또 이번 참사가 소방관 처우개선과 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랐다. 김 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과 소방 장비 정비와 다중이용시설 개선을 위해 국회와 정부가 실질적 노력과 방안을 해주길 건의한다"고 뜻을 전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화재 당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이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목숨을 잃은 분들을 제대로 영면하고 추모하는 길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법과 제도가 개선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위령제에 참석한 박현수(삼문동· 41) 씨는 "밀양이란 작은 도시에 이토록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한 명의 시민으로서 안타깝다"며 "빨리 유족이 슬픔을 털어내길 바라고, 부상자들도 신체적·정신척 피해를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02.jpg
3일 오전 밀양문화체육관 합동분향소에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이날 40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스님들이 종교의례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합동위령제는 개회, 묵념, 경과보고, 박일호 밀양시장과 한경호 경남도지사권한대행의 추도사, 유족대표 김성환 씨 인사, 불교와 천주교 종교의식, 유족과 참석자들의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위령제에는 160여 명의 유가족을 비롯한 박일호 밀양시장, 김부겸 행안부 장관, 한경호 경남도 권항대행을 비롯한 시민 등 700여 명이 참석했으며 1만 여 명이 찾은 합동분향소는 이날 6시까지 운영한다.

03.jpg
3일 오전 밀양문화체육관 합동분향소에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이날 합동위령제에 밀양지역 유치원생들이 직접 그린 그림 편지가 올려져 유가족들의 눈시울을 더 붉게 만들었다. /박일호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