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 개고기 식용…종교박해 기인
동물 복지 생각해 육식 최소화했으면

우리끼리만 하는 농담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진도 성당에 새로 부임한 신부님에게 지인들이 진돗개 한 마리 구해 달라는 전화를 해댔습니다. 그러던 중 주교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거, 김 신부 진돗개 한 마리 구해 줄 수 있나?" 하시는 겁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개 구해달라는 전화를 하도 많이 받다 보니 짜증이 난 신부님이, 그냥 욱하는 마음에 주교님께 "아니, 주교님도 개소리하십니까!"라는 헛말이 나오고 말았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농담입니다.

우리나라 천주교회 역사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합니다. 선교사 없이 스스로 공부하여 신앙을 터득하고, 자발적으로 중국까지 가서 세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신앙역사를 가지고 있다 보니 다른 나라 천주교와 비교할 때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개고기 식용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특이하다 하겠습니다. 기억나시겠지만, 지난 2014년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방한하셨을 때 동물 보호 단체에서 "교황님, 신부님들에게 개고기 그만 드시라고 해주세요!"라는 공개 청원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신부님들이 개고기를 많이 드시고, 신부님들이 개고기를 먹기 때문에 신자나 일반인들에게 개고기 식용에 관한 정당성을 부여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특히 젊은 신부님들부터 개고기를 잘 안 먹습니다. 개고기 식용에 대한 신부님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신부님들은 개고기를 즐겨 먹었을까요? 한국 천주교회 역사에서 그 답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는 처음 시작부터 근 100년 동안 혹독한 박해를 받았습니다. 수만 명의 신자가 순교하였고, 오랫동안 지하 교회 생활을 하였습니다. 이 박해시기에 교회의 가장 큰 축일인 부활절이 되면 산속에 숨어서 미사봉헌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사가 끝나면 잔치를 벌여야 할 텐데 산속에서 귀한 소를 잡을 수도 없고, 돼지를 잡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옛날에는 집에서 키우던 개를 산속에서 잡아먹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러니 동네 사람들 눈을 속일 것도 없이 산속에서 개 한 마리 잡아먹으러 가는 시늉하며 솥단지 이고 올라와서 미사 후에 잔치를 벌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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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억을 간직한 우리네 신앙 선배님들께서 부활절이나 성모몽소승천 대축일(8월15일)이 되면 꼭 개 한 마리 잡아 잡쉈던 것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몸보신 한다고 개고기를 먹기보다는, 박해를 기억하는 옛 전통을 이어가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역사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지고, 개고기 아니라도 먹을 고기가 많아졌기에 성당에서도 개고기를 먹는 것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물 복지를 생각한다면 개고기뿐 아니라 육식을 최소화하면 좋겠습니다. 고기를 영 안 먹을 수는 없겠지만 너무 과도하게 먹는 것은 우리 몸과 지구 환경에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외로운 현대인에게 반려동물이 주는 위로는 매우 큽니다. 그만큼 동물 복지도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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