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가능성 낮고 청약조건보다 '공급과잉'이 문제…효과는 '글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약 위축지역 지정'을 거론하면서, 지역 부동산시장은 그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부동산 위축 지역에 대해서는 주택이 과도하게 폭락하지 않도록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청약) 위축지역으로 삼을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청약조정대상지역을 기존 '과열지역'뿐만 아니라 '위축지역'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과열지역'은 서울·경기·부산 등의 시·구 단위 40곳이지만, '위축지역'은 전국적으로 한 군데도 없다.

'위축지역'은 '최근 6개월간 월평균 주택가격 상승률 1.0% 이상 하락한 지역'을 기본조건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주택거래량 3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 △직전 3개월 평균 미분양 주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시·도별 주택보급률 또는 자가주택비율이 전국 평균 이상,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국 어느 지역이 해당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경남지역 가운데는 창원·김해·거제시가 주목된다. 하지만 '최근 6개월간 월평균 주택가격 상승률 1.0% 이상 하락한 지역'이라는 기본조건부터 충족하지 못한다.

1일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창원시 진해구는 지난 1월 기준으로 전달 대비 -0.53%를 기록하며 하락률에서 전국 3번째였다. 또한 창원 성산구(-0.48%)는 4번째, 창원 의창구(-0.36%)·창원 마산합포구(-0.36%)는 8번째 하락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창원시는 -4.23%로 매달 평균 -1.00%에 못 미친다. 김해시 또한 지난 1년간 -2.77% 수준이었다.

거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114 아파트 시세에 따르면, 거제는 지난 8월 -0.50%, 9월 -1.01%, 10월 +1.00%, 11월 -1.01%, 12월 -0.51%, 1월 -0.51%로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매달 평균 -1.00%와는 거리 먼 수준이다.

즉, 이들 지역이 최근 2년 가까이 누적된 침체를 이어왔지만, 단순 수치만 적용했을 때 '위축지역'에 지정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형화된 기준만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매달 평균 1% 하락은 거의 폭락 수준이기에 전국적으로도 해당하는 곳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축지역 심사 또한 결국 사람이 하는 것 아닌가. 그 이전 흐름까지 반영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창원·거제 같은 곳은 반드시 포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위축지역'으로 지정되면 △청약통장 가입 후 한 달 후 1순위 자격(현재 6개월) △전국 어느 지역 거주자도 1순위 청약 가능 등의 변화가 있다. 즉, 주된 내용은 청약 조건 완화에 있다.

이 때문에 '위축지역' 지정이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낼지에도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도내 부동산시장 침체 원인은 청약조건 문턱보다는 주로 공급과잉 측면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청약조건을 완화하더라도 당장 시장 변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정부가 또 다른 추가 정책을 이어가기 위한 전 단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지역 실수요자는 뒤로하고 외부 투기 수요만 활개 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경남은 내년까지 입주량이 계속 이어지는 등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투기 또한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어야 하는데, 경남 같은 경우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지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김 장관의 이번 발언은 최근 이어지는 '수도권 규제 중심만이 아닌 지역 맞춤형 정책'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한 창원시민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부동산 거품 있는 건 압니다만, 그건 서울 외 일부 지역 문제고요. 지금 지방은 부동산 가격이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지방 부동산에 대해 저희 고민 좀 들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국민은 "부동산 초양극화를 책임져야 한다"며 국토부 장관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1일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부동산시장 상시 모니터링으로 즉각 지역별 맞춤형 대응에 나서겠다"며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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