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오인 출동 3145건 달해
시민들도 허투루 여기기 일쑤

"불났습니까? 화재경보기 울린 것 맞지요?"

양산 한 모텔 카운터를 지키던 김모(34) 씨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화재경보기가 울리자 몇 차례 전화만 울릴 뿐 아무도 대피하는 사람이 없었다.

화재 안전불감증 원인 중 하나로 '화재경보기'가 지목되고 있다. 오작동으로 툭하면 울리는 화재경보기는 '양치기 소년'이 됐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화재현황통계를 보면 지난 5년간 경남에서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소방대원이 출동한 사례는 3145건이다. 같은 기간 전체 오인 출동은 3만 2033건으로, 10번 중 1번은 화재경보기 탓에 헛걸음을 한 셈이다.

04-2.jpg

시민들은 잦은 오작동 탓에 화재경보기가 울려도 허투루 여기기 일쑤다. 지난 26일 오전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에서 살아남은 ㄱ(86) 씨는 당시 갑자기 화재경보기가 2번 울렸지만 "그때까지도 화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상인은 "화재경보기가 울린다고 손님들을 다 밖으로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20년 가까이 장사하면서 수백 번 경보기가 울렸지만 실제 불이 난 적은 1번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재경보기는 열, 연기, 불꽃감지기로 나뉜다. 열 감지기는 주로 아파트나 사무실 등에 설치하고, 연기 감지기는 건물 복도나 계단에, 불꽃 감지기는 공장 등 위험물 제조시설에 사용한다. 감지기가 화재를 인지하면 수신기로 신호를 보내고 이내 경보기가 울린다.

화재경보기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담배 연기, 모기향, 스프레이,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 빗물, 동물 배설물, 먼지 등에 감지기가 반응하기도 한다. 오작동을 막기 위해서는 평소 자주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

현행 소방시설법은 전체 면적 5000㎡ 이하 건물에는 작동기능점검을 연 1회 하면 된다. 소방안전관리자, 건물 관계인, 소방시설관리업체 중 누구라도 화재경보기를 점검하면 된다. 천장에 달린 연기 감지기는 돌려서 분리 후 먼지를 털어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나머지 두 가지는 전문업체 등을 통해 점검해야 한다.

정작 불이 나도 경보기가 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최근 5년간 불이 났음에도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던 경남지역 사례는 134건에 이른다. 화재 피해액은 41억 3866만 원이었다. 화재경보기를 일부러 꺼놓았다가 적발되면 2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경보기가 울리면 대부분 시민이 실내에서 확인부터 하려 한다"며 "불은 30초, 1분 단위로 엄청난 속도로 확산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