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현장서 인명구조 돕고 수습 후엔 봉사 행렬
무료 나눔 푸드트럭 등장…성금 모금도 잇따라

세종병원 화재로 아파하는 밀양은 아직 치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빛나는 시민정신과 자원봉사자 노력으로 밀양은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화재 구조작업 때 밀양 시민은 자발적으로 인명구조 활동을 펼쳐 환자의 탈출과 병원 이송을 도왔다. 오영민(24) 씨는 이날 오전 7시 40분께 세종병원 앞을 지나다 불이 난 것을 목격하고 환자를 구하는 데 힘을 보탰다.

오 씨와 주민 20여 명은 환자들이 무사히 내려오도록 슬라이더(미끄럼틀형 구조기구)를 붙잡거나 이불이나 핫팩을 들고 나와 추위에 떠는 환자에게 제공했다. 일부 주민은 자신의 옷을 벗어 환자를 덮어주고, 병원을 탈출한 환자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발벗고 나선 자원봉사자의 활약은 화재 참사 7일째인 1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밀양시자원봉사센터에서 집계한 자원봉사자는 1406명이다. 대한적십자사, 경남은행, 경남도자원봉사센터, 밀양시새마을회, 구세군경남지방본영 등 기관을 비롯해 참사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개인의 발걸음도 있다.

소고기 스테이크 푸드트럭 '로드카우' 대표 김준석(39) 씨는 화재 소식을 듣고 장사를 포기하고 화재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김 씨는 참사 당일 오전 서울에서 화재 소식을 전해들었다. 불이 난 곳이 집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세종병원이었다. 아내는 통화에서 밀양이 난리 났다며 돕자고 그에게 제안했다. 서울에서 밀양으로 온 그는 푸드트럭을 이끌고 세종병원 장례식장 인근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김 씨는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주말에 장사하려고 숙성해둔 스테이크가 있었다. 250인분 정도 됐는데 참사 현장에서 일하는 분에게 제공해드렸다"며 "처음에는 사고 현장에서 고기를 굽는 게 옳은지 몰라 망설였다. 다행히 대한적십자사에서 환영 의사를 밝혀 가게 됐다. 누군가에게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라고 했다. 푸드트럭으로 먹고사는 준석 씨 부부에게 스테이크 250인분 200만 원어치는 쉽지 않은 선행이었다. 이들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앞으로도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밀양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이들도 있다. 광명시에 있는 '사랑의 짜장차'도 밀양으로 향했다. 전국 회원의 후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랑의 짜장차는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밀양을 찾아 아픔을 함께했다.

준석 씨 부부가 세종병원 인근에서 이틀간 250인분의 스테이크를 나눴다면, 사랑의 짜장차는 합동분향소에 자리 잡고 100여 명의 봉사자와 함께 하루에 1004인분의 자장면을 제공했다.

밀양시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많은 분이 자원봉사에 참여해줘 감사하다. 자원봉사를 많이 신청해 점차 밀양이 안정되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밀양시는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3000만 원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또 전국밀양향우인연합회에서도 성금을 모아 오는 3일 합동위령제 때 유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아픔에 빠진 밀양 구조활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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