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술년
"아빠, 올해는 무술년이니까 술 먹지 말기"
2018년 첫날 딸이 요청하더군.
워낙 약점이 없는 아빠다 보니 음주 말고 시비 걸 게 없나 봐.
무술년이라, 술 앞에 없을 무(無)가 붙었으니 금주하라고?
그럴듯한 압박이었지만 쉽게 물러날 수 없었어.
"무한대로 술을 마시는 해 아닐까?"
딸이 아주 콧방귀를 제대로 뀌더군.
진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듯 한심한 표정까지.
세련된 제안을 뭉개는 게 못마땅했나 봐.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아직 정유년이라는 거 아닐까?
2. 견제
딸이 점점 강도 높게 아빠 음주를 견제하고 있어.
엄마가 견제하니 따라 하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
오죽하면 아빠가 술 마시고 뭐 잘못한 게 있느냐고 되물었지.
"잘못한 건 없지만 조금 귀찮게 하기는 하지."
그거야 밖에서 술을 제법 마시고 들어왔을 때고.
집에서 맥주나 와인 한 잔 반주로 곁들이고 하는 짓은 아니거든.
어쨌든 이쯤에서 딸에게 확인해두는 게 좋겠다 싶었어.
"술 마실 때만 귀찮게 하는 게 좋아, 평소에도 늘 귀찮게 하는 게 좋아?"
딸은 답은커녕 아예 콧방귀를 뀌더군.
질문이 아예 말도 안 된다면서.
앞에 앉은 아내도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허탈하게 웃고.
이제 이 정도 수작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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