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공약평가위 36명 다양한 목소리 청취해 영역별 사업 평가·논의
제1회 창원 교육 토론회 현안·인권 등 의견 나눠"교육 정책 반영이 목표"

지난달 26일 경남교육연구정보원 정보연수 2실에서 '제3차 경상남도교육감 공약사업평가위원회'가 열렸다.(왼쪽 사진) 창원 교육을 생각하는 시민 50여 명은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강당에 모여 '제1회 2018 창원 교육 토론회'를 열었다. /이혜영 기자

공약은 선출직 공직자가 임기 내 실천하려는 정책에 대한 약속이나 입장 표명이다. 그간 당선만을 목표로 후보자들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사례가 많았다. 우리나라에도 2000년대 중반부터 후보자가 정책 공약을 만들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을 유권자와 공유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일었고, 유권자가 공약을 제안하고, 이를 받아 안은 후보자를 뽑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경남 교육공약 제안과 평가도 시민이 주도하고 있다.

◇도민이 참여한 교육감 공약평가위 = 지난달 26일 경남교육연구정보원 정보연수 2실에서 '제3차 경상남도교육감 공약사업평가위원회'가 열렸다. 2016년 경남도교육청은 공약 평가 공정성과 연속성을 확보하고자 교육감 공약사업평가위원을 공개 모집했다. 이들의 임기는 2016년 11월부터 2018년 6월까지다.

창원 교육을 생각하는 시민 50여 명은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강당에 모여 '제1회 2018 창원 교육 토론회'를 열었다. /이혜영 기자

교육청은 시·군별 인구 수에 비례해 창원 10명, 김해 5명, 진주 3명, 양산 3명, 거제 2명, 그 외 지역 1명씩 배정해 36명을 뽑았다. 교육청, 직속기관 근무자 외 경남도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고, 변호사·법무사·교육청 감사관이 추첨을 통해 위원을 선정했다. 36명 모집에 79명이 신청해 2.2대 1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김해지역에는 5명 모집에 20명이 신청했었다.

교육감 공약사업 평가는 위원들의 교육 전반에 대한 연수를 거쳐 소위원회로 나눠 진행된다. △창의적인 학교 △열린 학교 △안전 학교 △친환경 학교 △복지 학교 등 5개 영역 소위원회 위원들은 교육청 '교육감 공약사업 자체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 학부모, 교원 등 다양한 목소리를 조사해 개별 평가서를 제출한다. 각자 맡은 영역별 사업마다 '매우 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 미흡'으로 평가하고 그 이유를 꼭 적어야 한다.

'교육감 공약사업 자체평가 결과'에는 박종훈 교육감의 총 86개 공약사업 목표, 연도별 추진 목표 및 추진 현황, 예산 투자 계획 및 집행액, 사업추진 실적, 주요 성과, 문제점과 향후 대책, 공약사업 관련 활동사진 모음 등이 담겼다. 개별 평가 이후 소위원회별 평가와 토론이 이어지고 전체 토론 후 평가 내용을 확정한다. 교육청은 평가위 결과를 취합해 자료 검증 등 과정을 거쳐 도민에게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또한 각종 제안을 공약사업 추진과정에 반영한다.

평가위는 박 교육감 공약 이행률과 실적을 높이 평가하고, 학교 현장 목소리가 더 반영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육 전문가가 아닌 시민이 참여해 자칫 평가가 한정되거나 전문성이 약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교육 전문가 평가도 좋지만 도민이 교육 정책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공약 사업이 완료됐다고 할 수 없다"며 "위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려 교육청은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회의가 열리는 당일에도 교육청 직원이 대기해 답변함으로써 '몰라서 평가 못 했다'는 말이 안 나오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교육청은 주민 소통이 활발한 경기도교육청 공약 평가 방법을 벤치마킹했고, 소위원회 구성으로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시민으로만 구성해 독립성을 보완했다. 위원들 역시 공약사업평가위 독립성과 자율성을 인정한다. 한 위원은 "실제 의견이 정책 추진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평가에 대한 적극성이 추가된다"고 밝혔다.

◇토론회로 다듬는 현실 공약 = 30일 시민 50여 명이 모여 '1회 2018 창원 교육 토론회'를 열었다. 학생·학부모·교사·지역민이 모여 인근 학교부터 창원 교육 실태까지 짚어보자는 취지다.

김수정 안민중학교 교사(전교조 경남지부 창원시지부 분과장)는 진보교육의 질적인 도약, 내실 있는 진보에 대한 고민을 교사들과 나누다 이번 토론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토론회는 우리교육공동체에서 주관한 '경남 교육 설문조사'(1월 10~23일, 경남 847명 대상) 결과를 바탕으로 △유치원 통폐합 △초등 방과후활동 의무화 △중고등 등교시간·교복 착용 △단위학교 자율성 강화 △창원교육 현안 △경남교육 정책으로 꼭지를 나누고 참가자들이 관심 있는 주제 3개를 골라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상상만으로 기획한 것이 현실이 됐다. 이렇게 열띤 토론이 이어질 줄 몰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토론 제한 시간을 넘겨가며 발언을 이어갔다. 때로는 교사들이 주도해 관련 정책 취지를 설명하기도 하고, 학부모들은 아파트 건립 승인을 하면서 학교 증설과 교육 질에 관한 고민과 대책이 없는 행정을 질타했다. 청소년들도 등교 시간, 교복 착용, 방과 후 활동 등 경험을 바탕으로 야무지게 의견을 쏟아냈다.

경남교육 설문결과 중·고교 교복 착용에 대해 '찬성' 67%(568명), '반대' 25%(207명)로 찬성 의견이 많았다. 교복 착용 찬성 이유 첫 번째는 사복을 입으면 빈부 격차가 도드라져 학교 내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청소년은 "빈부 격차 문제를 왜 교복으로 해결해야 하나, 교복을 입어도 빈부 격차는 존재한다. 교복이 아이들을 억압하고자 생활제도와 통제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초등 방과 후 수업 의무화'는 교육정책이냐, 보육정책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토론자들은 창원시 인구 밀집 지역의 교육 질 저하, 친환경 급식을 위한 도시-농촌 네트워크 구축, 교사의 정치적 자유 보장 등 다양한 교육 현안을 짚기도 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토론회 결말은 어떻게 됐을까?

김 교사는 "지금까지 창원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3주체가 얼굴을 맞대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며 이번이 1회 행사임을 강조했다. 김 교사는 "지속적으로 토론회를 이어가 정리된 내용은 6월 지방선거 교육감 후보들에게 질의할 계획이다. 교육 3주체 요구를 교육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거제에 이어 열린 '창원 교육 토론회'는 김해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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