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지역을 펴다 쓰다 읽다] (5) 독자가 지역 출판에 바란다
기획·홍보 역량 부족 지적
"지역만의 방법 찾아내야"

저자와 출판사가 합심해서 '좋은 책'을 펴내더라도, 결국 독자가 읽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겠죠. 지역 출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분권보다 독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겠습니다. '출판, 지역을 펴다 쓰다 읽다' 기획 끄트머리에 지역 독자가 지역 출판에 바라는 목소리를 듣는 까닭입니다. 책 모임 '독서클럽창원' 회원인 박지현·최인석 씨에게 지역 출판에 바라는 점을 묻고, 돌아온 대답을 정리했습니다. 독자의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가 지역 출판의 미래에 작은 힘이 되길 바랍니다.

△박지현(이하 박) = "지역 출판이라고 하면 중앙에서 하지 않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범위가 너무 좁아지잖아요. 흥미 있는 이야기라면 또 모르겠지만, 중앙에서 하지 않는 지역만의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어려워요. 그런 점에서 유연하면 어떨까요. 독자가 매력을 느낄 탄탄한 기획과 홍보가 필요한데, '발판'이 부족한 것 같아요. 좋은 콘텐츠를 출판물에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힘이 지역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대구가 고향인데, '시인보호구역'이라는 시집 서점이 있어요. 지역 시인의 시집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공간이에요. 그런 공간이 있으니까 조금만 애정이 있으면 읽고, 마음에 들면 구입할 수도 있겠죠. 만약 지역 시인의 시집이 대형서점에 있으면 누가 살까요? 매대에 오르는 것조차 힘든데 말이죠."

박지현 씨

△최인석(이하 최) = "안 그래도 읽을 책이 많은데, 검증되지 않은 책에는 선뜻 손이 안 가요. 저는 논픽션, 과학 분야 서적을 좋아하는데 체감 상 지역 출판물은 그런 분야를 잘 다루지 않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가야사'는 우리 지역 이야기고, 보편성도 있잖아요. 지역적이면서 보편성을 지닌 책이 있다면 읽겠어요. 동호회 수준의 단체에서 향토성 짙게 접근하는 방식이면 읽는 행위 자체가 도전이라서 쉽지 않죠."

최인석 씨

△박 = "사실 무엇이 먼저인지 모르겠어요. 지역 출판이 탄탄하면 우리가 읽게 되는지, 우리가 지역 출판물을 많이 읽어야 탄탄해지는 것인지. 지역 독자와 지역 출판이 밀접한 관계라고는 생각해요. 요즘은 중앙 중심의 문화를 조금씩 탈피하는 분위기 같아요. 커피를 예로 들면,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많이 찾지만 반대로 동네 커피숍도 좋아하고, 그 자체가 문화 상품이 되는 분위기잖아요. 중앙 집중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반작용으로 소소한 지역의 욕구도 분명히 커지는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지역 출판물을 기획하는 움직임도 있어 기대를 거는 편이에요."

△최 = "보통 온라인에서 책을 사는데, MD(기획·판매 담당자)가 선별하는 책에 손이 가요. 지역에도 안목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 사람이 소개하는 지역 출판물이라면 접근성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지역 서점뿐만 아니라 지역 도서관에서도 그런 담당자가 있으면 좋겠어요. 쓰고 펴내는 사람들이 열심히 한다고 무조건 읽을 수는 없잖아요. 경남의 이야기라서, 고루해서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믿음이 부족하다는 거죠. 적극적으로 지역 독자와 만나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봐요."

애써 저자와 출판사가 '좋은 책'을 펴내더라도 독자가 읽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사진은 한 시민이 창원 학문당 서점에서 지역 출판물을 고르는 모습. /최환석 기자

△박 = "출판사 입장에서는 독자가 멀다고 느끼겠지만, 새로 나온 지역 출판물 정보를 찾으려면 독자로서는 과한 의무감이 있어야 찾을 수 있는 상황이에요. 대형 출판사 책은 오늘 나오면 내일이면 모두가 아는데 말이죠. 지역 출판사도 안타깝겠지만, 독자로서도 어떻게 가까이 갈 수 있을까 고민하기는 마찬가지예요. 대형 출판사와 비교해서 지역 출판사가 안은 약점이 자본과 홍보라면 같은 방식으로 따라갈 수는 없으니까 지역만의 방법을 찾아야 해요. 지역 출판물을 처음 펼치는 순간 실망하지 않게 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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