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비통하게 숨진 39명의 장례가 모두 엄수됐다. 하지만 중상자 3명이 위독한 상태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190명 사상자를 낸 끔찍한 참사 원인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매트리스나 스티로폼 등 가연성 물질이 급격히 연소하면서 유독성 연기가 퍼졌다. 방화문은 제대로 설치·관리되지 않았고, 불법 증축한 연결통로가 피해를 더 키웠다. 형식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있어 자동소화설비는 아예 설치되지 않았고, 입원환자 수에 비해 의사·간호사 등 근무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신속히 대피시킬 수 없었다.

일차적으로 병원 측의 무리한 욕심이 화를 키웠다. 노령 인구가 많은 밀양에서 의료와 요양, 장례 서비스를 비교적 싸게 제공하다 보니 환자가 늘어났고, 이를 수용하기 위하여 31번이나 용도를 변경하면서 12번이나 불법 증개축을 했다. 병실은 과밀 수용시설이 되어 버렸고, 늘어난 환자를 돌볼 의료인 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돈벌이에 눈을 떠 탐욕을 부린 게 초대형 참극을 빚은 것이다. 어디 병원뿐이랴. 밀양시는 용도 변경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허가했다. 제천 화재사고 때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자체점검이란 제도는 오히려 편법과 비리를 눈감아주는 뒷구멍처럼 쓰이고 있을 뿐이다. 국회는 제천, 밀양 등 참사가 연이어 터지고 나서야 14개월이나 묵힌 소방안전 관련 법안들을 단 4시간 만에 처리했다. 모두 크게 쟁점이 되지 않을 시급한 민생 사안들임에도 국회의원들이 책임을 방기하는 사이 비극은 되풀이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인 소방공무원 증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메아리가 없으니 땜질 처방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돌봄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 중소형 병원들은 대부분 위험상태에 놓여 있다.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마찬가지다. 다중이용시설들 상당수가 안전 불감증 지대에 있다. 부분적인 땜질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만에 하나의 위험이라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전 사회적 노력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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