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높여 박스교 확장, 구청 "땅 얕아 생육 불가"
시민 "녹지도 부족한데"

창원시 옛 39사단 유니시티아파트 건설 현장 앞 평산로에 있던 가로수 메타세쿼이아 33그루가 잘려나갔다. 주민 처지에서는 이해하기 쉽지않은 노릇이다. 창원시는 침수 대비 공사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의창구 중동에서 10년 넘게 산 윤정대(45) 씨는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가로수가 다 잘린 모습을 봤다"며 "일부 동네 주민들은 유니시티아파트 짓는 자리에 공원이 만들어지길 원하기도 했었고, 안 그래도 녹지가 부족한데 나무를 다 베어버리는 행정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의창구청에 확인하니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이 거리에 있던 메타세쿼이아 33그루를 베어냈다. 왜 그랬을까.

창원시는 장마철마다 이곳에서 침수가 잦아 평산로 도로 아래 내동천으로 빗물이 빠지는 박스교를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원시 의창구 유니시티아파트 건설현장 앞 평산로의 가로수가 내동천 박스교 확장공사로 잘려 나갔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창원시는 지난 2016년 3월부터 '내동천 박스교 확장공사'를 계획했다. 시는 사업비 100억 원을 들여 2019년 3월까지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532-1번지 일대 평산로 도로 아래에 기존 폭 10m 길이 90m 박스교를, 폭 25m 길이 109m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한다. 공사 기간 평산로는 일부 폐쇄되고 우회도로가 생긴다.

박스교를 확장하면서 평산로 높이가 1.5m가량 높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메타세쿼이아 33그루를 처리해야 했다.

의창구청 관계자는 "나무가 너무 커서 도로가 높아졌을 때 버틸 수 있는 토심(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조건을 갖춘 토층의 깊이)이 나오지 않는다"며 "이식을 고민했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았고, 이식한다 해도 생육이 쉽지 않으리라는 판단에 고민 끝에 제거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창원시 부대협력과 관계자도 "침수가 잦아 공사가 필요했고, 경남도 지방하천기본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공사 완료 후 다시 가로수를 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빗물을 빠르게 하천으로 모이게 하는 것만이 침수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7월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천 복개구간 급류 실종사고 당시 도시계획 전문가인 허정도 창원대 건축학부 겸임교수는 "도심지역 주택가, 도로 모두 아스팔트·콘크리트로 아주 빠른 시간에 동시에 하천으로 빗물이 모이게 돼 있다"며 "창원시가 방재사업을 새로운 관점에서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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