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달고 있던 환자 사망, 의료법상 시설규격 무시
1~2층 연결 계단 중 한 곳 막혀 소방관 진입 못해

밀양 세종병원에는 스스로 호흡할 수 없는 중환자를 위한 ‘무정전 시스템’이 없었고, 중환자는 집중치료실이라는 곳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화재 당시 대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병원 건물 2층과 1층을 연결하는 계단 1곳도 막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사고 당시 경찰이 확인한 자료를 보면 세종병원 3층에서 8명(28일 숨진 환자 포함 9명)이 숨졌다. 이들 가운데 중환자 3명은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가 있었지만, 병원에는 화재로 말미암은 정전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무정전 시스템’이 없었다. 제대로 된 중환자실을 갖추지 않고 중환자 일부를 수용해 피해가 커진 것이다.

의료법에 따라 병원이 중환자실을 설치·운영하려면 반드시 무정전 시스템을 갖추고 전담의사와 전담간호사(간호사 1명당 연평균 1일 입원환자 수 1.2명 담당)를 두는 등 의료법상 시설규격을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세종병원은 중환자실 운영 신고를 하지 않고 중환자를 ‘집중치료실’이라는 곳에 일부 중환자를 수용했다. 문제는 중환자를 이 같은 집중치료실에 수용하는 사례가 지역 중소형병원과 요양병원에서도 흔하다는 점이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제도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세종병원 화재 당시 병원 건물 2층과 1층을 연결하는 계단 1곳이 막혀 있어 화재 당시 출동한 구조 대원들이 이 곳으로 진입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던 밀양소방서 가곡 119안전센터 소방관들은 정문을 통해 병원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이 계단을 통해 2층 진입을 시도했지만, 계단 끝에 출입문이 없고 벽처럼 막혀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서가 확보한 도면에는 1~5층까지 전 층이 모두 연결된 병원 내부 중앙 계단과 외부 계단 외에 정문 바로 옆에 보조 계단이 하나 더 있었다. 원무과(접수실) 맞은편 쪽에 있는 이 계단은 1층에서 2층으로만 올라갈 수 있다. 세종병원이 병실을 늘리는 등 내부 공간 확보 과정에서 보조 계단을 합판 등으로 막아 폐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보조 계단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는 것으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축법 시행령 34조를 보면 의료시설은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 계단을 2곳 이상 설치해야 하는데, 세종병원에 중앙계단과 옥외계단이 1곳씩 있다. 따라서 1층과 2층만 연결하는 보조 계단이 폐쇄됐어도 법적 기준을 충족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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