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몸 보신해주고픈 한우 맛집

대중없이 오가는 손님들로 북적거려

한 숟갈 뜨는 순간, 가족이 생각났다. '부모님 모셔와 다 같이 후후 불어먹으면 참 좋겠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원곡 가는 오르막길, '한양설렁탕'을 찾았다. 뽀얀 국물에 큼직한 살코기를 썰어놓은 탕 한 그릇을 하고 올참이었다.

김진곤(60) 주인장은 그나마 한산한 오후 3시께 식당을 찾아달라고 했다. 평일 오후, 몇몇 손님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손님이 끊길 때가 됐는데 홀에서 일하는 직원이 앉을 새가 없다. 김 씨도 포장 주문을 받으랴 예약 전화를 확인하랴 바쁘다.

"점심때는 줄을 서서 먹어야 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참 한가한 편이에요. 몇 년 전에 TV 정보프로그램을 탄 후 찾는 분이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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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설렁탕에서 맛볼 수 있는 한 마리 수육. / 이미지 기자

이미 입소문 난 집이라던데, 과연 그랬다.

한 테이블에는 어르신과 자식, 어린 손자가 함께였다. 이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고기 추가요, 육수도 더 주세요"라며 주인장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삭삭 비워낸다. 무엇을 저리 맛있게 먹는지 보니 바로 수육이다.

오로지 한우로만 우려내는 육수… 무한 리필

한양설렁탕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한 마리 수육'이다.

한우만 취급하는 한양설렁탕은 설렁탕과 곰탕, 도가니탕, 꼬리곰탕처럼 탕 종류가 6가지, 한 마리 수육, 족 수육, 꼬리 수육처럼 수육 메뉴가 7가지다.

"20년 넘게 정육점을 했어요. 하루에 소를 8마리씩 잡을 때가 있었죠. 부산물이 많이 남잖아요. 팔팔 끓여 설렁탕으로 내게 된 게 시작이었죠."

주인장은 현재도 축산가공업을 병행하고 있다.

"수입 소고기가 아니라 한우로 설렁탕을 하는 집은 창원에서 우리뿐일 겁니다. 제가 축산업을 하고 있으니 가능한 겁니다. 만약 고기를 사서 했다면 한우로 장사 못 하지요. 마이너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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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설렁탕에서 맛볼 수 있는 한 마리 수육. / 이미지 기자

김 씨는 새벽마다 엄선한 한우 사골과 등뼈를 24시간 푹 고아 설렁탕을 만든다. 오직 거세한 황소만 취급한다. 암소의 뼈는 잘 우러나오지 않는단다. 육수를 만들기 전 15시간 이상 핏물을 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물이 시커멓게 나온다고 했다.

기본 사골 육수에다 살코기를 넣어 더 끓이면 곰국, 꼬리를 넣고 고면 꼬리곰탕이 완성된다.

수육에도 육수가 빠질 수 없다.

깊이가 얕은 냄비에 갖가지 고기를 넣고 육수를 부어 끓여 먹는 게 이 집만의 수육이다. 한 마리 수육은 이름 그대로 소가 한 마리 통째로 들어가 있다. 족, 꼬리, 갈비, 양지, 머리, 우설, 도가니, 특양 등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다. 모둠 수육은 양지와 머리, 양, 도가니, 우설 등이 들어간다.

찰랑대는 살코기, 쫀득대는 도가니

고기는 아주 부드러웠다. 특히 소의 혀와 갈비, 양지는 씹을 새도 없이 술술 넘어가 버린다.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으면 찰랑댄다. 특양은 쫄깃했고 도가니는 쫀득했다. 무엇보다 깊으면서 끈적끈적한 육수는 콜라겐을 그대로 먹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수육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 위에서 끓여 먹는다. 그래서 육수가 보글보글 끓으며 자작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것 없다. 육수가 무한 리필이다. 수육을 먹는 내내 뜨끈하게 즐길 수 있다. 고기를 건져 먹고 나면 주인장이 국수사리를 내온다. 또 밥 한 공기를 냄비에 붓는다. 그야말로 싹싹 긁어먹는 방법이다.

"국물 하나 버릴 게 없지요. 소화도 잘 될 겁니다. 저희 집만의 비법이 있거든요."

김 씨는 한우의 특성을 잘 살려 음식을 조리하기 때문에 든든하게 먹어도 속이 편안할 수 있다고 했다.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 엽니다"

한양설렁탕은 2012년 문을 연 이래 휴일이 따로 없다. 명절 하루만 문을 닫는다.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손님을 맞고 있다. 그는 밀려드는 손님과 포장 주문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매장을 살피며 손님들을 살뜰히 챙겼다.

"여기저기서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손님들을 돌려보낼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쉬는 날 없이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고민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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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설렁탕 김진곤 주인장. / 이미지 기자

그는 조만간 TV 맛 프로그램에서 취재를 하러 나온다고 말했다. 평일·주말 없이 밀려드는 손님을 받으면서도 불편하지 않게 식사할 수 있게 배려하는데, TV 방송 후 혹시나 부족한 공간 탓에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못할까 걱정이란다.

"잘 해내야지요. 조미료나 방부제 없이 오로지 한우로만 국물을 내고 살코기를 먹는 집이라고 찾아주시는데, 보답해야지요. 다들 조금씩 불편하실 텐데도 맛있게 먹고 가셔서 늘 고맙습니다."

주인장의 한우 자부심이 진국에 담긴 한양설렁탕. 뜨끈한 국물로 보신을 하고 싶다면 바로 여기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설렁탕 6000원 △도가니탕 1만 5000원 △모둠 수육 3만 원 △한 마리 수육 5만 원

위치: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서5길 2 (교방동 385-100)

전화: 055-24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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