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북스 신간 시집에 담긴 사연

지역 출판사 펄북스에서 올해 첫 책으로 시집 <숨>(사진)을 냈다. 펄북스 시선 시리즈 다섯 번째 시집이기도 하다.

이 시집이 펄북스를 통해 출간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원래는 2016년 5월 진주 헌책방 소소책방에서 '소소문고'란 브랜드를 달고 나왔었다. 소소문고에서 만든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다. 그동안 몇몇 서점에서만, 온라인 서점도 한 곳에서만 판매했다.

저자인 박성진 시인은 강원도 고성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가 쓴 시 중에 시집 제목으로도 쓴 시 '숨'이 있다. 아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잃었을 때 쓴 것이다. 소소책방 조경국 대표는 처음 이 시 한 편을 읽고 대뜸 시집 출판을 제안했다. '거짓도 과장도 없이, 현재를 기록하는 도구로 시를 쓴' 것이 마음에 들었다. 소소문고 첫 시집 <숨>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시집은 1년 만에 초판을 모두 소진했다. 하지만 유통을 많이 하지 않았음에도 소문을 듣고 계속 찾는 이들이 많았다. 2쇄를 찍어야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조 대표는 결국 진주문고를 찾았다. 시집 <숨>을 판매하는 몇 안 되는 서점 중 한 곳이고, 펄북스라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서다.

"(시집 숨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어요. 이 책 좀 펄북스에서…."

이런저런 사정을 들은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이자 펄북스 발행인은 "이 좋은 시집이 절판되면 안 된다"며 재출간을 승낙했다. 그리하여 시집 <숨>은 펄북스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 다시 태어났다. 기존 시집에서 시를 조금 다듬고, 몇 편을 추가했다. 시인에게도 독자들에게도 애틋했던 한 시집이 다시 '숨'을 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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