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이 울고 있다. 소도시 밀양은 주민끼리 연고 관계가 두터워 이번 화재 참사도 남의 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 밀양 전체가 앓는 슬픔을 나누어야 할 때다. 현재 참사 사후 대책에는 중앙 정부와 경남도, 밀양시가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대책과 업무가 비슷해 중복되는 일이 있을 수 있으므로 3자 간 긴밀한 협력 체제를 유지하고 역할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유족들이 혼란을 느낄 수 있다. 또 이미 장례를 치렀거나 빈소가 다른 지역에 흩어져 있기도 하고, 유족 모임에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들도 있어 당국의 입장에서도 유족을 대하는 데 혼란스러운 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유족대책위원회가 꾸려지는 대로 당국은 모든 일정을 유족이나 피해자들과 공유하고 협의하기 바란다.

사고 후 보건복지부와 국립부곡병원 등은 방문 상담을 통해 피해자들의 심리 치료에 힘을 쏟고 있다. 국가가 재난 피해자들에게 심리 치료를 제공한 것은 세월호 참사 때도 있었지만 시늉 내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많았음을 상기해야 한다. 피해자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음에도 담당자가 바뀌거나, 피해자가 상담을 강요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치료 기간의 보장도 짧았다. 당국은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체계적인 심리치료에 애써야 한다. 무엇보다 피해자 치유에 책임 있는 집단 중 정치권을 빼놓을 수 없다. 야권은 이 비극을 정쟁의 구실로 삼는 일만큼은 삼가야 한다. 정부에 책임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미흡한 법규를 뜯어고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상규명, 피해 보상, 재발방지 대책 수립은 피해자들을 어루만지는 궁극적인 치유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인사들이 밀양발 정쟁을 시도한 것은, 유족의 심정을 아랑곳하지 않은 태도이다.

지금은 애도와 위로에 한마음으로 협심할 때다. 유족과 생존자들은 밀양 참사 이후 오랫동안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이미 일어난 비극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과 얼마나 함께하느냐에 따라 고통은 극복 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아우슈비츠 희생자들의 경우 6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피해자 개개인을 기억하는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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