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예부터 내용이나 실질보다는 형식과 간판을 중시하고 간판에 현혹되는 사회 풍조가 일상생활은 물론 정치 사회 문화와 결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흔히들 현대 사회를 간판과 PR(public relation)시대라고 한다. 홍보니 PR란 단어가 기업체 또는 선거나 정부의 조직에까지 큰 부분을 차지하고 대학에서는 새로운 학문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요즘 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선 상호나 상품을 알리는 간판이나 현수막들이 정보의 전달 역할보다 위험성과 무질서함이 눈을 혼란스럽게 하고, 언제 어디에서 떨어져 머리를 칠까 봐 걱정스러운 곳도 많다. 벌써 지방선거를 대비해 이름 알리기를 한다고 시내 중심가나 통행이 많은 거리에는 현역의원 및 출마 예상자 등 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이상야릇한 표어까지 표기한 현수막이 혼란스럽게 나부끼는 것을 보고 곧 다가올 선거철이 걱정된다. 거기에다 불황에 몸부림치는 상품 선전물 등 시내가 온통 현수막과 홍보물의 전쟁터와 같다.

요즘은 간판이나 홍보물들이 크면 클수록 광고의 효과가 크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당국의 강한 규제가 없고 오랜 타성 때문에 너도나도 경쟁하듯이 커졌으며, 모양 색깔 내용 등이 홍보보다는 흉물이 되어 역효과를 빚기도 한다. 복잡한 도심의 전봇대에 너덜너덜 붙어 있는 광고물, 하물며 가로수에 목줄을 매는 현수막, 네팔의 고산족 마을의 울긋불긋한 깃발같이 천태만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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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이나 광고물을 공용 벽보판이나 일정한 곳에 거치대를 확보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해야 할 것이다. 예쁜 간판이나 현수막은 사람들의 맘과 눈을 한층 가볍게 한다. 아름답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작자나 사용자는 물론 모든 업소는 간판과 현수막을 적당한 크기로 아름답게 정선하는데 신경을 써야 할 의식 수준도 가져야 할 것이다.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올해는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가 우리 고장에서 개최된다. 어지러운 느낌 대신에 도시가 조용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으로 꾸민다는 것은 우리 인간이 추구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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