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사건 5건 접수…주최 측 "참석자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지난 주말 창원시청 광장 쪽에서 열린 집회장 인근을 지나던 시민이 폭행을 당하고, 차량이 파손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 27일 오후 1시 30분부터 6시까지 '천만인 무죄석방 본부'는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날 전국에 있는 '천만인 무죄석방 본부' 관계자들이 모였고, 경찰 추산 1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창원시청 광장∼토월중 삼거리∼중앙삼거리∼용지공원삼거리∼창원시청 광장 쪽으로 행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기존 창원시청광장에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을 설치해 두고 지난 10월 21일부터 집회를 해오던 '자유민주주의수호 나라사랑 태극기 연합회'와는 다른 단체다.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던 집회 참석자들이 시민들과 부딪히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행진 장소 인근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ㄱ(27) 씨는 집회 참석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어머니 생신을 기념해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려고 누나를 만나러 가던 중에 집회에 참석한 여성 서너 명이 팔을 잡아끌었다고 했다. 그는 "약속 시간이 다돼 건널목을 지나가려는데 '너 일부러 태극기 밟았지'라고 말하며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니라고 뿌리쳤지만, 순식간에 집회에 참석한 중절모, 베레모를 쓴 남성들이 쫓아와 밀쳤다고 했다. 300m가량을 달려가 택시를 탔지만, 집회 참석자들이 '소매치기범'이라고 소리치며 차에서 끌어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끌려가면서 목, 팔, 다리 등을 다쳤다. 심지어 엎드린 저를 발로 차기도 했다. 경찰에 신고한 끝에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정신적, 신체적 충격으로 입원했다. 3주 진단이 나왔다. 밀친 여성들이 경찰에 신고해서 쌍방 과실처럼 돼서 더 황당하다"고 했다.

이날 20대 부부도 8살 아이와 차를 타고 부근을 지나다 차량 파손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부부는 집회 참석자들이 행진하면서 유턴하려고 대기 중이던 차를 태극기 깃봉 등으로 두드려서 차가 파손됐다고 했다.

ㄴ(여·28) 씨는 "아들, 남편과 함께 집으로 가려던 중이었다. 유턴을 하려고 대기 중이었는데, 집회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위협을 했다. 국기봉으로 차 앞부분과 옆 부분을 내려치고, 문을 열려고도 했다.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그날 이후 아들과 가족들이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말했다. ㄴ씨는 이날 300만 원가량 차량피해를 입어 경찰에 신고했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이날 집회와 관련, 경찰서에 폭행 1건, 차량 손괴 4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CCTV를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집회를 신고한 '천만인 무죄석방 경남지부' 측은 사고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했다. 박일호 '천만인 무죄석방 경남지부' 지부장은 "참석자들이 이날 어떻게 했는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나는 앞줄에 있어서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욕을 하니까 (집회 참석자들이) 악에 차있었다. 항상 싸움이 나면 상대성이 있지 않으냐. 차는 사람 쪽으로 밀고 들어와서 (참석자들이)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민중당 경남도당은 '태극기 집회의 일그러진 애국심'이라는 논평을 냈다. 민중당은 집회 단체에 대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와 지난 촛불혁명에서 보여준 수준 높은 대한민국 집회문화를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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