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문 재질 '기준 미달'의심, 담당자 비상용 발전기 안 돌려
화재 발생-119신고 시각 차이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사고 당일인 26일부터 28일까지 세 차례 걸쳐 합동감식을 했다. 또한 29일에도 세종병원 원장실 등 11곳을 압수수색해 근무일지, 인허가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하는 등 본격적인 병원 측 과실 수사에도 대비하는 모양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쟁점이 되는 수사 사항을 정리했다.

◇방화문 1층 없어 피해 커져 =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눈여겨보는 지점은 먼저 방화문이다. 방화문은 화재가 나면 고열과 유독가스를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번 화재 때 병원 1층에 방화문이 없어 화재로 발생한 고열이 2~6층 다른 방화문을 훼손하면서 피해가 삽시간에 확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설계도면상에는 1층에 방화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경찰청 수사본부는 30일 브리핑에서 "설계도면상에는 방화문이 있다. 불법 여부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방화문 재질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한 재질로 말미암아 고열을 견디지 못한 방화문이 훼손된 것으로 추정됐다.

▲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발생한 26일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화재 구조 현장 뒷편 왼쪽에 있는 비상발전기에 덮개가 씌워져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수사본부는 "방화문은 실제로 1시간 이상 고열이 발생해도 견뎌내야 한다. 방화문 재질이 기준 미달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비용을 아끼고자 싼 재료를 쓴 것으로 쓴 것 같다. 제도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상발전기 가동 안 돼 = 경찰은 또 세종병원 화재 때 비상용 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은 점도 수사하고 있다. 사고 당시 6명이 엘리베이터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산소호흡기를 한 이들 중에서도 사망자가 있었다. 화재 직후 정전이 됐는데, 비상용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수사본부는 국과수 감정 등을 토대로 "중증환자 집중 입원실, 병실 비상용, 엘리베이터 등 3곳에 비상용 발전기가 사용되지만, 용량이 작아 전문가 의견대로라면 작동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경찰 조사 결과 경유가 연료인 비상용 발전기(용량 22㎾)는 병원 측이 2012년에 중고로 사들여 설치했다.

비상용 발전기 운영 매뉴얼도 화재 때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화재 발생 당일이었던 26일 당직 근무자가 비상용 발전기를 가동했다는 정황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경찰이 CCTV 확인한 결과, 사고 당일 비상발전기를 가동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직원들이 우왕좌왕하는 상황도 확인됐다.

◇'골든타임'도 추가 조사 중 = 이 밖에도 경찰은 불이 난 시점과 신고 시각 사이에 차이가 나는 부분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경찰이 확보한 병원 내부 CCTV에 찍힌 발화시각은 오전 7시 25분으로 돼 있다. CCTV 시간이 맞다면 신고 오전 7시 32분까지 7분 차이가 난다. 화재 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 된다.

수사본부는 "화재 때 목격자, 신고자, 응급실 내 CCTV 등을 볼 때 CCTV 시간에 오차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다만, 최초 신고 시각보다 더 일찍 화재가 난 것으로 본다. 5분 내외로 시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최초 발화지점은 응급실 내 간이 설치된 탕비실 천장으로 확인된 상태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천장에서 거둬들인 전등용 배선, 콘센트용 배선 등에 대한 정밀 감정을 의뢰해 화재를 일으킨 '전기적 특이점'을 규명한다는 할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2주 이상 걸리지만,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대한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추가로 3층 있던 배선도 샘플도 수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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