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공감대 커졌지만 안전불감증 해소 '요원'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안전불감증' 민낯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돈보다는 안전'이라는 공감대가 커졌지만 '대한민국호'는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돈벌이에 뒷전인 '안전' = 대형 참사에는 늘 '욕심'이 뒤따른다. 밀양 세종병원은 환자를 더 많이 받고자 좁게 만든 병실이 화를 키웠다.

밀양 세종병원은 17개 병실에 환자 95명을 수용했다. 환자 1인당 평균 면적은 4.6㎡로 지난해 2월 개정된 의료법 기준(1인당 6.3㎡) 70%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3층 301호는 20인실이었다. 밀양시보건소에 따르면 화재 당시 3층에는 21명이 입원해 있었고 9명이 숨졌다.

세종병원과 요양병원을 잇는 연결통로에 설치된 비가림막은 불법 증축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결과 세종병원과 요양병원 사이 연결 통로에 불법으로 증축한 비가림막은 연기 배출을 막아 유독가스 질식에 영향을 끼쳤다.

2012년 소방검사제도를 특별조사체제로 바꾼 것에 비판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점검을 완화한 것이 소방공무원이 부족하다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가 소방·경찰·사회복지사 등 인력을 늘리려 했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발목을 잡았다. 시민 눈에는 인건비와 안전을 바꾼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재발 방지 못하는 제도 = 재발방지 시스템은 늘 늦다. 이마저도 허점이 생긴다. 밀양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소방기본법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이 의결됐다. 법안이 발의된 지 1년 2개월 만이다.

앞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5개 법안 중 3건만 처리됐다. 나머지 소방산업에 관한 소방청의 책임을 강화한 소방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소방안전관리자 교육 미이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화재예방·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은 내달 6일 전체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밀양 세종병원에는 초기 화재를 진압할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2014년 5월 전남 장성군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로 21명이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새로 짓는 바닥면적 합계 600㎡ 이상인 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강화됐다. 기존 요양병원은 올 6월 말까지 설치를 마쳐야 한다. 이호영 창신대 소방방재공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은 강화됐지만, 화재에 더 취약한 이들을 위해 병원 소방시설 기준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전한 나라를" =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한 나라'를 갈망하는 목소리는 높아진다.

청와대 누리집 국민청원 및 제안에는 '안전' 청원이 끊이지 않는다. 10만 건이 넘는 청원 중 안전에 관한 글이 5699건에 이른다. 밀양 참사 이후 '화재'와 관련한 청원이 급증하고 있다. 공통적인 핵심은 "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정부가 되라"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국민재난안전포털을 통해 '안전폐단 타파 실천운동'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1차 조사를 마쳤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이후 진행되면서 화재 관련 요구 사항이 가장 많았다. 행안부 예방안전과 관계자는 "화재뿐만 아니라 교통, 산업 현장 등 사회 전반적인 안전 문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3월께 법 제도 개선, 인프라 확충, 신고점검 강화, 안전문화 운동 등 4가지 분야 대책을 만들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 국민안전체감도조사를 살펴보면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은 2014년 5월 54%, 12월 42.4%였다. 메르스 사태가 터진 2015년 6월에는 42.9%였다. 2016년 국민안전 체감도 분석 결과 안전한 대한민국 구현을 위해 최우선으로 노력해야 할 과제로 '정부의 안전정책 개선'이 1순위로 꼽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