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의료인 수 기준 모호해 의료진 부족 조치없어

밀양시가 190명의 사상자를 낸 세종병원에 대해 총체적으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세종병원이 불법 증축과 함께 허가 변경 31건을 하면서 수익 극대화에 치중했는데도 방치했음을 인정했다. 또 시보건소는 복지부가 규정한 의료법상 적정 당직 의료인수를 지키지 않아 세종병원이 지난 2014년 고발 조치돼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30일 세종병원 화재 참사 5일째 밀양시 브리핑에서 도출된 문제점은 용도 변경 31건, 적정 의료인수 감독 방치, 소방 자체점검 제도 모순 등 세 가지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점은 밀양시뿐 아니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중소 병원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현실에 맞지 않는 의료제도를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30일 오전 10시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옆 농협 2층 강당에서 이병희 밀양부시장이 수많은 취재진을 대상으로 세종병원 화재 참사 상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31건 용도 변경·12건 불법 증축 방치 = 세종병원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의료기관 개설허가(용도) 변경을 31건이나 진행했지만, 시는 특별한 감독이나 감사 없이 허가를 내줬다.

세종병원은 2008년 3월 5일 개원할 때 병실 7개·병상 40개로 병원 허가를 받았다. 이후 3월 17일 의사 1명에서 3명, 진료과목 1과목에서 3과목으로 시보건소에 신고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시보건소가 밝힌 가장 최근 자료인 2015년 현재는 병실 17개, 병상 95개로 증가했다.

세종병원은 8년 동안 병상, 의료인, 진료과목, 면적 등을 총 31건 변경하면서 법망을 겨우 피하는 수준에서 환자 수를 대폭 늘리는 병원 경영을 해왔다. 병상 수와 진료과목은 보건소에, 의료인은 2015년까지는 보건소·2016년부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면적은 시에 신고만 하면 된다.

시는 병원 불법 증축이 12건에 이르지만 이행강제금만 총 3000여만 원 부과한 게 전부다. 시는 2011년 밀양소방서에서 단속한 내용을 토대로 2012년 원상복구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세종병원이 이행하지 않자 이행강제금만 부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행정대집행(강제 철거)은 전국 자치단체들이 대부분 시행하지 않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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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의료인수 기준 복잡…복지부 "제도 개선 필요" = 시 보건소는 이날 세종병원을 2014년 당직 의료인수(간호사 등 포함) 부족으로 검찰에 고발했었다고 밝혔다. 고발 횟수는 2014년 1월 12회, 2월 14회, 3월 14회, 4월 5회, 5월 2회, 6월 14회, 4월 3회 등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의료법 위반 건수를 전체 한 건으로 묶어 세종병원에 단 한 번 100만 원 벌금을 부과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일반 병원 적정 의료인수는 연평균 1일 입원환자 20명에 의사 1명, 연평균 입원환자 2.5명에 간호사 1명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외래환자는 12명에 간호사 1명, 2.5명에 의사 1명을 둬야 한다.

복지부는 세종병원 1일 환자가 평균 120명이어서 의사 6명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시보건소는 "2015년 12월 8일 기준 세종병원 의료인수는 의사 2명, 간호사 7명"이라고 밝혀 의사가 4명이나 모자랐다.

천재경 보건소장은 "2018년 1월 현재 의료인수는 세종병원의 경우 일반의사 2명과 비상근의사 1명, 간호조무사 13명이고, 요양병원은 간호사 10명과 간호조무사 13명"이라며 "현재 상태로는 의료인수가 적정한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덧붙여 "의료인수 부족을 이유로 세종병원에 행정처리를 한 이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적정 의료인수 계산이 복잡해 앞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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