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만 맛있는 곳? 다채로운 문화도 있는 곳!
칼국수타운 '정겨운 맛·넉넉한 인심' 9곳 영업
낯선 채소·열대과일 사려는 외국인 '가득'

칼국수를 먹으러 김해동상시장을 찾았다. 칼국수, 잔치국수처럼 국수류는 전통시장에서 흔히 맛볼 수 있다. 굳이 김해를 찾은 이유는 동상시장에 '칼국수타운'이 있어서다. 추운 겨울, 움츠리고 앉아 먹어야 함에도 이곳을 찾는 재미가 있다.

칼국수타운을 쉽게 찾는 방법은 시장 '전통먹거리 입구'에서 출발하면 된다. 동상동주민자치센터 바로 옆이다. 이곳에서 시작해 몇 발짝 걸으면 바로 왼편에 골목이 나타난다. 칼국숫집 9곳이 다다닥 붙어 있다.

칼국수타운 1호점부터 9호점까지 동그란 분홍색 간판을 달았다. 손칼국수와 비빔칼국수, 수제비 등 메뉴와 가격이 같다. 가게 모양도 엇비슷하다. 주방과 마주 보는 디귿 형태다.

김해동상시장 칼국수타운 6호점에서 맛본 칼국수. 직접 반죽해 칼로 썬 칼국수는 동글동글한 당면이 더해져 씹는 맛이 더욱 좋다. /이미지 기자

주말 오후 3시께 점심때가 지났음에도 멸치로 끓인 육수 냄새가 진동한다. 여기저기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부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나온 아들이 앉아 한 그릇 비워낸다.

저마다 찾는 단골집이 있다는 듯 다들 기웃대지 않고 원하는 집을 찾아 주인장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러고 보니 호객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서 와요. 칼국수지예?"

주인장들은 손님과 눈이 마주치면 분주히 움직이던 손을 잠시 멈추고 자리를 정리해준다.

6호점에 앉았다. 칼국수와 비빔칼국수, 김밥을 주문했다.

부부가 운영한다. 아내가 요리를 하고 남편이 설거지를 도맡는다. 털모자와 두꺼운 점퍼를 입은 전광자(65) 씨가 김밥을 마는 사이 송병관(69) 씨는 면을 삶은 물을 한 바가지 떠 애벌설거지를 시작한다.

직접 반죽해 칼로 쓱쓱 썰어 내는 칼국수는 일정하고 반듯함이 주지 못하는 면의 식감을 지니고 있다. 씹는 맛이 좋아 입을 모아 후루룩할 맛이 난다. 여기에다 동글동글한 당면이 더해져 좋다.

"우리 엄마(칼국숫집 상인)들이 무엇을 더 줄까 하다가 당면을 넣기 시작했지요. 엄청나게 오래됐죠. 한 50년 즈음 됐을런가."

칼국수타운은 동상동주민자치센터 옆 '전통먹거리 입구'에서 출발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미지 기자

전 씨는 친정어머니가 하던 칼국숫집을 물려받았다. 20년 전이다.

"다들 똑같은 간판을 내걸고 자리를 정리한 건 얼마 안 됐어요. 2009년에 우리 집이 텔레비전 방송을 탄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이렇지 않았거든."

그는 잘 삶아진 면에 양념을 한 시금치와 간장소스, 고춧가루, 김 가루를 뿌린 칼국수 한 그릇을 손님 앞에 내놓으며 말했다. 한 중년 남성에게는 점심이 왜 이리 늦느냐며 육수 한 바가지를 더 퍼 담아준다. 이 남성은 마다치 않고 말끔히 비워낸다.

비빔칼국수는 매콤했다. 달곰한 고추장 맛이 대중적이다. 김밥은 프랜차이즈 김밥집과 달리 고소한 참기름 맛이 풍부했다.

겨울 칼바람을 막으려고 칼국수타운 입구에 비닐 문을 만들고 칼국숫집 의자마다 뽁뽁이를 씌웠지만 추운 건 어쩔 수 없다. 뜨끈한 국물이 없는 요리는 더 빨리 식는다. 그래서 다들 속도를 내어 식사를 한다.

김해동상시장에서는 서양채소·열대과일과 이를 사려는 외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미지 기자

얼른 국수를 맛보고 동상시장을 둘러봤다.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져 당황했다.

태국, 스리랑카 등 낯선 언어로 쓰인 종이 안내판과 처음 보는 채소들, 열대 과일, 장을 보는 외국인이 골목마다 가득했다. 이들을 맞는 상인들도 어색한 한국말과 익숙한 본토말을 쓰며 가격을 흥정했다. 김해에는 외국인 2만 5000여 명이 거주한다.

또 다른 한쪽은 명태전과 새우튀김이 즐비하다. 잔칫날 먹는 음식이 곳곳에 진열되어 있다. 정성스레 만든 이바지상도 있다.

동상시장은 전통과 이국 풍경이 공존하는 시장이다. 김해시와 상인회는 주말마다 이곳을 찾는 수백 명의 다문화인을 위해 세계 집밥 엑스포와 세계 민속음식 셰프대회를 열고 있단다. 칼국수타운 한쪽에 다문화를 알리는 홍보관과 쉼터가 있었다. 전통 의례·음식 대표 시장으로 육성되면서도 동시에 외국인 특화시장인 것이다.

시장 최고 단골이 다문화 주민이라는 동상시장, 40여 년 전 누구나 넉넉지 않았던 그때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칼국수 한 그릇의 정취와 오묘하게 섞여 있다.

동상시장 내 칼국수타운 모습. 9곳 칼국숫집이 분홍색 동그란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고 있다. 가게 모양도 주방과 마주 보는 'ㄷ자' 형태로 엇비슷하다. /이미지 기자

<메뉴 및 위치> 

◇메뉴 △칼국수타운 칼국수 3000원 △칼국수타운 비빔칼국수 4000원 △전류 2000원부터

◇위치 : 김해시 구지로 180번길 25(동상동 881-1번지)

◇전화 : 055-336-4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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