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도전의 아이콘 "전성기 아직 안 왔다"
장거리 선수 '황혼기' 평가
몸 관리·긍정적 사고 무기
매스 스타트 세계랭킹 1위
4개 종목 출전 금메달 자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장거리 간판 이승훈(30·대한항공)이 걸어온 선수 인생은 많은 굴곡으로 장식돼 있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빙상계에 입문한 뒤 신목중학교 재학 시절 쇼트트랙으로 전향했고, 2009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다시 스피드스케이팅화로 갈아신었다.

수차례 종목 전향 속에서 실패의 쓴맛을 삼켰고, 좌절의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러나 이승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시아 선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던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끈기와 인내심, 엄청난 훈련량으로 유럽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1만m에서는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44회 스프린트 및 제72회 종합 스피드 선수권대회 남자부 500m 경기에서 이승훈이 역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에선 1만m 세계 신기록 보유자였던 네덜란드 스벤 크라머르가 코스 이탈 실수를 범해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시기 어린 비아냥도 있었지만, 이승훈은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3관왕,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팀 추월 은메달을 획득하며 결과로 답했다.

이승훈은 2014-2015시즌 다수의 선수가 경주를 펼치는 '매스 스타트' 종목이 도입되자 해당 종목 훈련에 집중했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이승훈은 작전 수행 능력과 지구력을 앞세워 매스 스타트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선 오른쪽 정강이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도 한국 최초로 4관왕에 올라 기량을 과시했다.

이승훈의 눈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져 있다. 평창올림픽은 이승훈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도전의 장이다.

이승훈은 여러 가지 불리한 점을 안고 평창올림픽에 나서야 한다.

만 30세가 된 이승훈은 장거리 선수로는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성기보다 떨어진 근력과 지구력으로 20대 중후반의 젊은 선수들과 정면 대결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이승훈은 긍정적인 사고와 철저한 준비로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올여름 몸무게를 줄이며 지구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썼다. 근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가벼운 몸을 만들어 최상의 컨디션으로 평창 무대를 밟겠다는 생각이다.

심리적으로도 긍정적인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 그는 "유럽 선수들은 30대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며 "아직 내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도의 부담을 안고 있는 이승훈은 일찌감치 마인드컨트롤에 신경 쓰며 올림픽 무대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이승훈 선수./연합뉴스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맏형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는 단체전인 팀 추월에서 김민석(평촌고), 정재원(동북고)과 합을 맞춘다. 작전을 펼쳐야 하는 매스 스타트는 정재원과 함께 출전한다.

김민석과 정재원은 올림픽 경험이 없는 데다, 이승훈과 10살 넘게 나이 차가 난다. 이승훈은 사실상 올 시즌 김민석, 정재원의 선생님이자 동료로 두 선수를 이끌며 훈련을 소화했다.

어린 후배들을 이끌고 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팀 추월에선 깜짝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승훈은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욕심나는 종목은 팀 추월과 매스 스타트"라며 "두 종목은 꼭 포디움에 올라서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남자 5000m, 1만m, 매스 스타트, 팀 추월 등 총 4개 종목에 출전한다. 애초 5개 종목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1500m는 출전을 포기했다.

금메달 가능성이 가장 큰 종목은 평창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매스 스타트다. 이승훈은 올 시즌 ISU 월드컵 3차례 매스 스타트 경기에서 2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많은 선수가 경주를 펼치는 만큼,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아울러 경쟁선수들이 집중 견제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이승훈이 이겨내야 할 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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