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또 수십 명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제천 화재 참사 때 정부와 대통령은 재발방지를 공언했지만 이번에도 헛말이 되어 버렸다. 사회 전체에 비명횡사의 공포가 덮쳤다. 국민은 이제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재발방지와 사회 안전망 구축을 약속해왔다.

그러나 이제 양치기 소년 놀음을 그쳐야 한다. 말과 서류로 하는 재발방지책으로 언제까지 국민을 죽음의 공포 속에 헤매게 할지 국민은 참으로 암담하다. 문재인 정권은 국정 첫 과제로 적폐 청산을 꼽았다. 이제 무엇이 진짜 적폐인지 깨달을 때도 되었다. 밀양 화재는 단순한 부주의에 따른 참사가 아니다. 이미 드러난 불법 증축과 편법 인력 운용 등 오로지 돈벌이에 급급했던 세종병원의 행태가 참변을 불렀다며, 밀양 주민들은 곪았던 것이 터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병원 측만 잘못된 것이 아님이 드러난다. 곪는 데는 우리 사회의 안일한 안전의식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막아야 할 관계 당국과 병원 운영자의 눈감아 주기 식 봐주기, 허술한 법체계가 같이 작용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경남도는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여러 차례 했었다. 그때 제대로 했더라면 제천 화재나 밀양 화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말뿐이고 현장에서는 서류로 대충 때우다 보니 엊그제 점검한 시설물이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는 촌극들이 벌어졌어도 정치권을 비롯하여 누구 하나 이를 지적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말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세월호 때와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는 국민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정치적 구태만 적폐가 아니다.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지 않도록 기본적인 것부터 일신해야 한다. 재난 문자나 남발하는 구태의연함도 적폐이다. 근본적인 제도 정비를 하고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위험 요소들을 제거하는 적폐청산을 해야 한다.

죽음의 행렬을 이제 여기서 멈추게 해야 한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국민불안을 해소하지 않으면 정권의 명분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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