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경찰 "연기 배출 막아 내부 확산 통로 역할"
병원 관계자 3명 피의자 전환·시 관련자 조사

추가로 확인된 밀양 세종병원 불법증축이 사상자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남경찰청 수사본부는 29일 3차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을 잇는 연결 통로에 설치한 불법 비 가림막이 연기 배출을 막아 사상자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 통로에 설치한 비 가림막이 오히려 연기 통로 역할을 하면서 2층 창문을 통해 안쪽으로 연기가 유입됐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지난 2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으로 3차 현장감식을 한 결과, 1층 응급실에서 발생한 연기가 요양병원 연결통로, 엘리베이터 통로, 중앙계단, 배관 공동구 등으로 확산한 점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요양병원 연결 통로'는 불법 증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세종병원 1층(응급실 좌측 휴식공간)과 4층(베란다 개축)에 불법건축물이 증·개축된 것도 추가 확인했다.

이에 경찰은 29일 세종병원 불법 증축과 관련해 손경철 이사장과 석경식 병원장, 총무과장(소방관리자)을 출국 금지 조치했다. 이들은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경남경찰청은 29일 밀양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을 잇는 연결 통로(세종병원 간판 위 동그라미로 표시한 부분)에 불법 설치된 비 가림막이 화재로 발생한 연기 배출을 막아 사상자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발표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수사본부는 건물 불법 증축 최종 결정권자가 이사장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불법 건축이 화재와 연기 확산에 영향을 줬는지, 환자 대피에 어려움을 줬는지 등을 살펴봤을 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 장례식장 소유주인 의료법인 효성의료재단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세종요양병원에 있는 법인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병원과 재단에서 전반적으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밀양시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은 "밀양시 허가담당 공무원을 조사했다. 필요하면 추가로 조사할 것이다. 세종병원과 유착관계 가능성도 열어두고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밀양시는 세종병원이 불법 증축한 부분을 알면서도 이행강제금만 부과했을 뿐 관리 감독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종병원은 경찰이 밝힌 요양병원 연결 통로를 2006년 3월 증축한 후에 비 가림막을 무단으로 증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병원 측이 무단 증축한 비 가림막을 5년 후인 2011년에 확인했고, 2012년부터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왔다. 시는 2006년부터 최근까지 병원 구역 내 총 12건(284.53㎡) 불법 증축 사실을 알고도 6년간 이행강제금 3000여만 원만 부과했다. 가장 강력한 행정조치인 행정대집행(강제 철거)은 아예 시도하지 않았다. 시의 건축 행정이 미온적이라는 여론이 나오는 이유다.

이병희 밀양부시장은 "불법 건축물과 관련해 1992년부터 이행강제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본래 불법으로 건축했을 때 행정명령조치는 원상 복구다. 원상 복구가 되지 않을 때 행정대집행 절차를 거치게 된다. 행정대집행을 하려면 여러 차례 계고와 행정절차를 따라야 하고 철거하려면 돈을 들여야 하기에 재정적 손실도 발생한다. 그래서 이행강제금 제도가 생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 부시장은 "이행강제금 제도가 생긴 이후에 행정대집행을 하지 않는 게 전국적인 현상이다. (다른 시·군에도) 행정대집행은 거의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 삼아 이제부터라도 다중이용시설에는 재해 규정을 마련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행정대집행(강제 철거) 역시 건축법상 의무화돼 있지 않아 강제성이 없다. 이와 관련해 이 부시장은 "시에서 (세종병원 불법 증축 문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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