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선거 최대 격전지 부상, 민주-한국당 주도권 다툼
밀양참사 놓고도 견제 치열

정치권 시선과 관심이 온통 경남으로 집중되고 있다.

26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대참사 계기만이 아니다. 일찍부터 예상돼 온 것이지만 경남이 오는 6월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부각하면서 다양한 전망이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지고 있다.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 오찬 자리에서 오간 말이 기폭제가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남 동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허성곤)과 국회의원 2명(민홍철·김경수) 모두 민주당 소속인 김해를 비롯해 양산, 창원 등을 이른 것이었는데 당 민생부대표인 서형수(양산 을) 의원은 이에 "이번 지방선거도 중요하다. 서부도 곧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고, 또 다른 의원은 "경남·부산에서 꼭 이겨야 한다" "자유한국당을 문 닫게 하자"고까지 했다고 한다.

김영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더 구체적으로 경남의 중요성 및 기대치를 설명했다. 그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경남·부산에서 최소한 한 곳 이상 승리해야 민주당의 새로운 지방정치가 시작된다"며 "그래야 이후 많은 선거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가능한 기반이 된다. 이 문제가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익히 알려진 대로 경남은 보수정당 텃밭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랬던 경남이 지난 2016년 총선과 그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거치며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해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문재인)와 한국당 후보(홍준표)가 0.5%p 차(문 36.7%·홍 37.2%) 박빙 승부를 펼치는 상황이 됐다.

어떻게든 이 기세를 몰아 새로운 지역 맹주로 자리 잡고자 하는 민주당과 반대로 어떻게든 이 같은 공세를 막아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아와야 하는 한국당의 이해관계가 정면충돌하는 전장이 바로 경남인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크게 밀리는 한국당이지만 자신감만큼은 민주당 못지않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최근 여러 자리에서 "전국 17군데 광역단체를 돌아보니 (경남·부산·울산 등 기존 6곳보다) 더 이길 수도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경·부·울은 이미 민주당을 앞선다"며 "절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지금처럼 가지 않으리라 본다. 분명히 전환점이 온다"고 말했다.

양측의 팽팽한 긴장감 내지 견제의식은 이번 밀양 대참사를 놓고도 이어졌다. 홍 대표가 중심이 돼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해 정권을 잡았으면서 아무도 정치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부 책임론과 내각 총사퇴 등 전면전을 걸어오자 민주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6일 밀양 사고 현장을 찾아 "(한국당이) 그렇게 말한다면 이 직전 이곳 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누구였는지도 한번 봐야겠다"고 홍 대표를 겨냥했고,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의원도 29일 "한국당이 황당한 색깔론과 정치공세를 재개했다. 홍 대표는 '구정 앞두고 화재 사고 또 난다'는 막말을 했다"며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은 안중에도 없고, 저급한 색깔론 등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한국당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당 중심의 공방을 비판하며 일정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도 읽히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29일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밀양 참사를 두고 초상집에서 여야가 정쟁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정치 불신만 야기한다"며 "밀양 참사와 제천 참사는 세월호와 똑같은 불행한 인재인 만큼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회, 정부, 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 특단의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회찬(창원 성산) 정의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당 지도부 회의에서 "밀양 사고 발생 직후 소방당국과 대원들의 대응은 신속하고 적절했다"며 "그래서 더 부끄럽다. 소방 관련법 하나 처리 못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서, 또 연이은 대형사고·재난 예방의 제도적 대책과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면목이 없다. 국회의원 여섯 석이나 되는 정의당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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