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법 소급 적용 안돼 995곳 가운데 179곳만 설치
화재 취약 드라이비트 공법 시공 학교도 전체 42%

경남지역 학교 10곳 중 8곳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서 많은 사상자가 나온 이유 중 하나가 초기 화재 확산을 막는 데 효과가 큰 스프링클러가 없었다는 점이다.

경남지역 학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반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된 학교는 42%로 안전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도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도내 학교는 전체 995곳(공립 유치원 포함) 중 179곳뿐이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시 천장에 설치된 파이프로부터 물을 자동 분출해 대형 화재를 막는 수단이다.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 건축물은 바닥면적 1000㎡·높이 4층 이상 또는 총면적 5000㎡ 이상이다. 이는 2004년 개정·시행됐다. 3층 이하 건물은 소방관 접근과 대피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4층 이상 건물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돼 있다. 또 소급 적용되지 않아 2004년 이전에 건립된 4층 이상 다수 학교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경남지역 4층 이상 학교 건물 484곳 중 스프링클러 설치 비율은 37%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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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링클러. / 연합뉴스

특히 도내 학교 42%(422개)가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졌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미국 드라이비트사가 개발한 외단열 공법의 하나로 단열재로 스티로폼을 활용한 토털시스템이 특히 화재에 취약하다. 지난해 12월 화재로 2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다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도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져 피해가 컸다.

경남 공립유치원 10곳, 초교 198곳, 중학교 112곳, 고교 96곳, 특수학교 4곳, 기타 청사 2곳이 토털시스템 등 외단열 공법으로 시공됐다. 도내 각급학교 건물 5786개 동 중 12.3%인 717개 동이 본관, 강당, 체육관, 합숙소, 창고 등 건물 외벽 마감재로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이후 학교 화재위험에 대한 학부모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일반 건물 규정을 유치원과 초등·특수학교 건물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학교 건물은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등 특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29일 월요회의에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언급하며 학교 시설물 재점검을 특별 지시했다. 박 교육감은 "학생 안전과 관련된 모든 내용은 문제가 발생하고 나면 관행이란 이유로 면책되지 않는다"며 "도내 모든 학교 기관과 시설물에 대해 정확한 기준을 갖다 대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은 도내 모든 학교와 건물 외벽 시공재를 2월 말까지 전수조사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예산을 확보해 점진적으로 교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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